《 자율주행차와 드론,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을 앞세운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더 이상 낯선 상황이 아니다. 정보기술과 바이오, 물리학이 융합되면 더 본격적인 ‘기술 빅뱅’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자국의 상황에 맞춰 4차 산업혁명을 안착시키기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도 치열해지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한발 앞서 고급 바이오공정 교육·연구소를 설립한 아일랜드는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인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
“혁신 신약 물질을 의약품으로 재빠르게 대량생산할 수는 없을까.”
2011년 아일랜드 더블린대(UCD)의 화학 및 바이오공정 공대 박사후연구원이던 마크 배럿 씨와 그의 스승 브라이언 글레넌 교수의 고민이었다. 화학에서 바이오로 제약 산업이 확장되면서 가장 혁신적인 글로벌 기업조차 생산설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글로벌 제약사의 생산 고민을 해결해 주는 과학자 중심의 바이오공정 기술 컨설팅 기업 ‘APC’는 이렇게 시작됐다.
당시 아일랜드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 지원을 받던 때다. 창업에 적극적인 정부로부터도 지원을 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들 주위엔 아이디어를 반겨줄 글로벌 제약사들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14일(현지 시간) 더블린 시내에서 차로 40분가량 거리에 있는 체리우드 비즈니스파크. 배럿 APC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활짝 웃으며 “글로벌 제약사들과 기술 컨설팅 계약을 맺고 받은 돈을 밑천 삼아 대학 내에서 사업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창업 6년 만에 APC는 몰라보게 성장했다. 2명에서 출발한 직원 수는 100여 명으로 늘었고 매출은 거의 매년 100%씩 성장해 2015년에는 1500만 유로(약 191억 원)까지 올랐다. 대학 연구소에서 벗어나 2016년 2월에는 체리우드에 6000m²(약 1815평) 규모의 본사까지 지었다. 곳곳에 직원들의 쉼터가 있고, 케이크를 굽는 주방까지 갖췄다.
바이오제약 육성에 일찍부터 관심을 가진 정부 덕에 APC는 바이오제약 생산 공정 컨설팅 분야에서 일찌감치 기술을 축적할 수 있었다. 브라질, 중국 등 세계 곳곳의 제약사들이 먼저 알고 APC를 찾아오는 배경이다. 바이오 생산 공정은 생화학뿐 아니라 공학기술까지 적용되는 분야다. APC는 직원 100여 명 중 80%를 관련 분야를 전공한 박사급 인력으로 구성하고 있다.
APC는 2020년에는 매출을 5000만 유로(약 635억 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배럿 CEO는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글로벌 톱10 제약사 중 8곳, 바이오테크놀로지 톱10 중 5곳이 고객”이라고 말했다. 매출의 80%는 아일랜드 밖의 계약에서 나온다.
APC가 지난해 본사를 완공하자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가 직접 찾아왔다. 케니 총리는 “APC의 성공은 정부의 적절한 정책과 지원 속에서 빛나는 아이디어가 어떻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평했다.
배럿 CEO는 “아일랜드에서 박사급 인재가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든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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