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무도 못 살판” 가벼워진 장바구니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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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물가 급등에 서민들 시름

 달걀 콩나물 당근 무 배추 등 서민 밥상에 주로 오르는 신선 식품 가격이 집중적으로 오르고 있어 물가 상승의 고통이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가 지표상의 물가상승률과 괴리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 매일 먹는 반찬 재료가 집중적으로 올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가격 정보 사이트에서 주요 신선 식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매일 밥상에 오르는 반찬 재료의 가격이 집중적으로 뛰었다. 6일 기준 양배추 1포기 가격이 5578원으로 지난해(2407원)에 비해 2.31배로, 갈치는 마리당 9759원으로 지난해(6140원)의 1.59배로 올랐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주부 김모 씨(33)는 최근 대형마트에 반찬거리를 사러 갔다 혀를 내둘렀다. “무 하나에 3000원이 넘는데 상처도 많고 신선해 보이질 않았다. 반찬을 만들어 먹느니 그냥 간편식으로 한 끼를 때우는 게 저렴할 것 같다.”

 달걀 가격 급등세도 계속되고 있다. 8일 축산물품질평가원의 가격 동향에 따르면 달걀 산지 가격은 6일 1개에 214원(특란 10개 기준 2142원)까지 올랐다. 4일 1개에 200원을 처음 넘긴 이후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 약 100원의 2배에 이른다.

 달걀 소매가격은 더 충격적이다. aT 가격 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6일 현재 달걀(특란) 30개 한 판 가격은 8960원을 기록했다. 전통시장에서는 30개 1판을 1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파는 곳도 많다. 상대적으로 수급이 원활한 대형마트 달걀 가격도 8000원대에 육박했다. 대형마트 체인인 홈플러스는 7일부터 달걀 한 판(30개) 가격을 7290원에서 7990원으로 9.6% 인상했다. 최근 한 달 새 다섯 번째 인상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8000원대 이상으로 올려야 하는 상황이지만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선을 7000원대로 보고 가격을 억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가격 상승에는 지난해 여름 폭염과 가을철 제주 지역 태풍,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태풍 피해로 제주산 콩 작황이 나빠지자 일부 식품 업체는 콩나물 생산을 아예 중단했다.

○ 차례상 차리기도 부담

 설을 3주 앞둔 가운데 차례상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설 성수품 및 생필품에 해당하는 28개 품목의 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평균 9.9%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3%)의 8배에 가까운 수치다.

 설 성수품은 명절을 앞두고 정부가 특별 조사를 벌이는 품목이다. 사과 배 배추 등 농축수산물과 쌀 밀가루 식용유 등 생필품, 삼겹살과 찜질방 이용료 등 개인서비스 품목을 포함한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 정보 사이트 ‘참가격’에 따르면 1월 첫째 주 기준 백설 부침가루(1kg)는 2900원으로 지난해보다 21.7% 올랐다. 역시 차례상에 많이 오르는 게맛살(대림게맛살큰잔치)은 23.4% 올랐다.

 식탁 물가뿐만 아니라 휘발유 가격도 오르고 있어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 8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서울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의 평균 가격은 L당 1612.22원으로 집계됐다. 새해 첫날 1592원과 비교해 보면 1주일 사이 20원이나 오른 것이다. 서울에서 휘발유 평균 가격이 1600원대에 들어선 것은 2015년 9월 넷째 주 이후 1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경유는 5일 1400원대로 올라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이 15년 만에 동시에 원유 감산에 합의하고 실제로 감산에 나서면서 국제 유가는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상승 압력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의미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의 유가 상승이 아직 장바구니 물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정부가 생필품 가격 변동에 특별히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권기범 / 세종=박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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