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기대해도 너희 엄마가 네가 바라는 모습으로 사랑해 주시는 일은 없을 거야… 하지만 아직 누군가를 사랑할 기회는 있어. 네가 받지 못했던 걸네가 원하는 모습 그대로 새롭게 누군가한테 줄 수가 있다고.”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미우라 시온·들녘·2011년)
2014년 여름에 기자는 경기도의 한 수련원에서 걸그룹 에이핑크의 ‘미스터 츄’를 처음 들었다. 열 살 수진이(가명)는 “미스터 츄, 입술 위에 츄” 노랫말에 맞춰 예쁘게 춤을 췄다. 작은 얼굴과 다리에는 흉터가 많았다. 취재기자로 학대 아동 캠프를 지켜 본 3박 4일 동안 수진이는 가장 의젓한 아이였다.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에서 주인공 다다가 초등학생 남자아이 유라에게 “아직 그 기회는 남아 있어”라고 말했을 때 수진이를 떠올렸다. 얻어맞고 겁먹은 아이들에겐 꿈이나 내일이 없다. 하지만 수진이는 “여경이 되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절 놀리고 괴롭혔던 애들처럼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고 싶어요.” 경찰이 되고 싶은 이유였다.
소설의 주연인 다다와 조연인 교텐은 모두 조각이 하나 빠진 채 어른이 된 남자들이다. 다다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여자와 아이를 잃고 방황한다. 교텐은 학대를 받으며 자라 부모를 죽이려 하지만 실패한 남자다. 다다의 심부름집은 두 사람이 마음속 태풍을 감추고 ‘아무 일이나’ 하며 아슬아슬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무대가 된다.
어느 날 둘은 소년 유라의 하굣길을 책임지는 업무를 맡는다. 유라는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해 심리적으로 혼자 자랐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마약상의 꾐에 빠져 약 배달을 하기도 한다. 다다는 문을 굳게 닫아 건 유라에게 끝까지 이야기한다. 기회는 남아 있다고. 네가 갖지 못했던 부모, 네가 그런 부모가 되면 되는 거라고. 자신에게, 혹은 그 옆에 선 교텐에게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3년 전 수진이에게 기자가 한 말이기도 했다. 수진이는 분명히 좋은 어른이 되어서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고, 수진이처럼 상처 입은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을 거야. 불행을 희망으로 치환하는 지혜, 이게 절실한 시절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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