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위축에 ‘성장 절벽’ 우려 확산… 한은, 올 성장률 8년만에 최저 전망
외평채 10억달러 최저금리로 발행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2%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데 이어 한국은행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올해 한국 경제를 내다봤다. 한은이 13일 발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 2.5%는 매년 초 발표치 기준으로 2009년(2.0%)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다.
그동안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됐던 소비, 부동산 경기 등 내수마저 흔들리면서 ‘성장 절벽’ 우려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3%포인트 낮춘 데는 소비 위축 우려가 큰 영향을 미쳤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당초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낮춘 1.9%로 내다봤다. 지난해 증가율(2.4%)보다 0.5%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국내 정치 불안과 기업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가계의 소비심리는 이미 극도로 얼어붙은 상황이다. 여기에 소득은 제자리인 데다 최근 금리 상승으로 빚 상환 부담까지 커져 가계가 지갑을 열기가 더 어려워졌다.
특히 그나마 성장의 보루 역할을 했던 건설투자마저 지난해 10.9% 증가세에서 올해 4.3%로 대폭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주택공급 과잉 우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얼어붙을 경우 성장률이 더 꺾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주택경기가 최근 수년간 좋았던 것에 비해 둔화되겠지만 집값의 급속한 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지금 주택가격을 거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가닥 희망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수출 등에 있다. 한은은 지난해 0.9% 성장에 그쳤던 수출이 국제유가 상승과 신흥국 경기 회복에 힘입어 올해 2.4%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2년간 마이너스 늪에 빠졌던 수출은 지난해 11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고 중국의 성장둔화 우려가 계속돼 뚜렷한 수출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기업의 체감경기도 외환위기 수준으로 얼어붙어 ‘고용 절벽’과 투자 축소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정부는 연 2.871%의 사상 최저 금리로 10억 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에 성공했다고 이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시각을 증명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재정 건전성 호조 등에 따른 대외적 지표로 안심하기에는 한국 경제의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정부가 적극적인 위기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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