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산업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설립되는 한국선박회사 초대 대표에 나성대 전 KDB산업은행 부행장(59·사진)이 내정됐다. ‘선장’을 내정한 한국선박은 사전 작업을 마무리하고 설 연휴 직후 정식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선박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으로 급격히 위축된 해운산업을 살리는 ‘구원투수’가 될지 주목된다.
○ 사장 내정으로 출범 작업 급물살
17일 금융권과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한국선박회사 초대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는 최근 나성대 전 산은 심사평가부문장(부행장)을 초대 대표이사에 내정했다. 사추위는 지난해 12월 공개모집을 통해 지원서를 받고 면접, 인사검증 등을 진행했다. 이어 최종 후보 2명 중 나 전 부행장을 추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주로 예정된 발기인 총회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나 후보는 정책금융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고 해운업도 이해해 초대 사장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초대 사장 선임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면서 법인 출범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선박 설립은 지난해 10월 정부의 ‘제6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의 하나로 제시됐다.
한국선박의 주된 역할은 국내 해운사들의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지원이다. 해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선박을 시장가격에 사들인 뒤 그보다 싼값에 다시 빌려주는 일을 하게 된다. 현대상선 등 해운사들의 자금 수요와 부채비율 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선박에 선박을 매각해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에 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선박 신조(新造) 지원 프로그램(선박 펀드)’를 통해 싼값에 추가로 선박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의 대주주인 산은 고위 관계자는 “한진해운 사태 이후 줄어든 국내 선사들의 시장점유율 회복에 한국선박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주도권 놓고 불거진 부처 간 신경전은 잦아들어
한국선박 출범을 앞두고 불거졌던 해수부와 금융위원회의 신경전은 사장 내정을 계기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해수부는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해운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선박 설립을 제시했다. 사장 선임과 관련해서도 “해운을 아는 사람이 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금융 공공기관들의 출자로 설립되는 것인데도 해수부가 너무 깊숙이 관여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한국선박의 자본금 1조 원은 산은 5000억 원, 한국수출입은행 4000억 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1000억 원의 출자로 마련됐다.
이와 관련해 해수부 관계자는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는 만큼 금융인이 사장을 맡는 게 당연하겠지만 되도록 해운업을 꿰뚫고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해운산업 재도약을 위해 부처 간의 갈등은 최소화하는 한편 한국선박의 역할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양창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은 “해운사들이 시황 변동과 관계없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한국선박이 완충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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