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과감한 ‘개방형 혁신’으로 4차 산업혁명 파고를 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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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홍남기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바야흐로 민간 연구개발(R&D) 50조 원 시대다. 지난해 12월 국가과학기술심의회에서 공표한 2015년 국내 민간기업의 R&D 투자는 51조1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 50조 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민간의 연구개발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1981년 기업부설연구소 인정제도를 도입한 이후 35년 만의 일이다. 35년 전과 비교하면 기업의 R&D 투자는 400배 이상, 연구원 수도 40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민간 R&D 투자에 정부 R&D 투자 약 19조 원을 더하면, 우리나라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세계 1위이다.

 하지만 이런 핑크빛 수치에 안주하기에는 우리 현실이 너무나도 급박한 상황이다. 주력 산업의 위기를 돌파할 신성장 동력 확보가 무엇보다 요구되고,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파고를 넘을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시점이다. 과연 지금 우리 R&D 투자 규모와 기술혁신 활동으로 이러한 거대한 변화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인지, 또 우리 특유의 기술 혁신 폐쇄성으로 우리 과학기술 역량과 R&D 효율이 저하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2015년 국내 기업의 R&D 투자를 들여다보자. 그 증가율은 전년 대비 2.6%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7년 만에 가장 낮았다. 이를 R&D 투자 상위 20대 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오히려 약 1% 감소했다. 지난해 말 유럽연합(EU)집행위가 발표한 2015년 세계 2500대 기업의 R&D 투자증가율이 6.6%였다고 하니, 한참 거리가 있는 수치다. 해외 기업들이 저성장을 돌파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R&D 투자를 늘리는 것에 비하면 국내 기업들은 서행 또는 역주행 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은 신기술이 촉발하는 신산업 빅뱅의 시대이다. 무엇보다 민간 R&D 투자를 더욱 늘려야 한다. 과거보다 더 과감하고 선제적인 기업 R&D 투자로 4차 산업혁명시대 신기술, 신산업, 신시장 창출 및 경쟁력 확보가 매우 절박한 상황이다.

 이러한 R&D 투자 확대와 함께 R&D 효율을 높이는 노력도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폐쇄적 기술 혁신 전략의 개방화, 곧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라 할 것이다. 작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 20주년 기념식 참석차 방한한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한국 R&D의 생산성이 OECD 상위권 국가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하며 그 원인으로 산학연 등 R&D 주체들이 고립되어 있고 기업 R&D 재원의 98%를 자체 연구 조직에서 지출하는 것을 꼽은 바 있다. 그 역시 개방형 R&D 확대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 기업 테슬라가 특허를 공개하여 전기차의 기술표준을 선점하려 하고 구글, 인텔 등 글로벌 ICT 기업들이 매년 수십억 달러를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샤오미 등 많은 기업이 고객 의견을 제품 기획과 마케팅에 반영하는 것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개방과 협력을 생존전략으로 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곧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 된 것이다.

 또한 지난해 EU집행위가 3대 OPEN 전략(Open innovation, Open science, Open to the world)을 발표한 바 있는 데 이 역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 우리 정부는 개방형 국가과학기술혁신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관련 정책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먼저 나홀로 R&D에서 벗어나 산학연 간 R&D 협력을 대폭 확대해, 기업이 대학, 출연연, 타 기업들과 연구 협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오픈 이노베이션형 R&D 세제 지원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둘째, 기업이 외부 기술, 외부 자원을 적극 활용토록 하는 개방형 플랫폼 구축도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R&D 서비스업, 바톤존 기업 등 연구산업을 적극 육성해 나가고 대학, 출연연 등이 중소기업 기술 애로를 지원하는 ‘기업공감 원 스톱 서비스’, ‘중소기업 R&D 바우처제’ 등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다. 셋째로 통합적 개방형 정책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 힘쓸 예정이다. 국가 R&D 관련 연구 정보, 데이터, 장비, 시설에 대해 수요자 맞춤형으로 인프라 접근성이 개선되도록 하고 산학연 및 국가 간 고급 연구 인력의 유동성도 확대해 나갈 것이다.  

 “혁신은 리더와 추종자를 구분한다.” 이는 스티브 잡스가 남긴 명언이다. Fast Follower에서 벗어나 First Mover로 나가고,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변화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혁신’만이 살 길이다. 혁신을 위해 민간은 과감하게 도전하고 정부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개방형 혁신’이 잘 착근될 때 대한민국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고 경제 대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4차산업혁명#미래창조과학부#홍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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