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미래 신성장 분야로 선정한 반도체 소재 사업에서 잇달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룹 내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와 함께 본격적인 반도체 수직 계열화에 나선 것이다.
SK㈜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LG가 보유한 LG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 원에 인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SK㈜와 ㈜LG는 이날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빠른 시간 내에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LG실트론은 반도체 칩의 핵심 기초 소재인 반도체용 웨이퍼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조·판매하는 전문 기업이다. 300mm 웨이퍼(반도체의 토대가 되는 실리콘 재질의 얇은 판) 부문에서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 4위를 기록했다. 반도체용 웨이퍼는 일본과 독일 등 소수 기업만이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등 기술 장벽이 높은 분야다.
반도체 소재 업계에서는 SK㈜의 이번 LG실트론 인수로 국내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5년 SK㈜와 SK C&C가 합병한 SK㈜는 SK그룹의 지주회사다. 사업부문에서도 반도체 소재와 바이오·제약,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SK㈜는 LG실트론 인수를 통해 특수가스와 웨이퍼 등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핵심 소재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SK㈜는 지난해 반도체 소재 회사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 지분 49.1%(약 4800억 원)를 인수하며 반도체 소재 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산업용 가스 제조사인 SKC에어가스(현 SK에어가스)를 인수하고 합작법인인 SK트리켐과 SK쇼와덴코를 설립했다. SK트리켐은 올해 하반기(7∼12월) 프리커서 생산에 돌입하고 세계 최대 생산 규모인 SK쇼와덴코의 식각가스(웨이퍼 가공 공정에 쓰이는 특수가스) 공장은 올해 3분기(7∼9월) 양산을 시작한다.
SK머티리얼즈는 삼불화질소(NF3) 세계 1위 업체로 인수 이후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세워왔다. 지난해 매출은 약 46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며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용 웨이퍼 산업도 성장성이 큰 것으로 SK㈜는 판단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하면서 관련 반도체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웨이퍼 시장의 공급 부족 전망이 나오면서 판매가 인상도 점쳐진다.
SK㈜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과의 추가적인 사업 협력 및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종합 소재 기업’으로의 비전을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LG그룹이 계열사를 매각한 것은 옛 LG카드(신한카드) 등 금융계열사를 매각한 지 14년 만에 처음이다. 이로써 LG그룹은 자동차부품(VC),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 신성장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실탄을 확보하게 됐다. 주력 사업 관련 기업의 인수합병(M&A)에 활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LG그룹 관계자는 “LG실트론 매각에 대해 LG그룹 주력 사업의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LG그룹 계열사 중 반도체 관련 회사는 ㈜LG 자회사인 반도체설계 실리콘웍스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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