씀씀이 많아진 5만원권… 밀려나는 1만원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5일 03시 00분


1만원권 발행 잔액 18년만에 최저… 5만원권은 7년 6개월새 7.6배로

 회사원 박모 씨(48)는 몇 년 전부터 축의금과 조의금 등 경조사비의 하한선을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올렸다. 5만 원짜리가 있는데 1만 원짜리 3장을 봉투에 넣으려니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박 씨는 “청탁금지법에서 경조사비 상한선을 10만 원을 정한 뒤로는 친한 사이면 5만 원짜리 2장, 덜 친한 사이면 1장을 챙긴다”고 말했다.

 5만 원권이 도입된 지 8년째에 접어들면서 1만 원짜리 지폐가 크게 줄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1만 원권 지폐의 발행 잔액은 16조244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7%(9851억 원) 줄었다. 1998년 말(13조8625억 원) 이후 18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지폐와 동전 가운데 1년 새 발행 잔액이 줄어든 돈은 1만 원권뿐이었다.

 지난해 말 전체 화폐 발행 잔액(97조3822억 원)에서 1만 원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16.6%로 쪼그라들었다. 2008년 말 이 비중은 86.5%였다. 물건을 살 때도 경조사비에도 1만 원권이 쓰이면서 지폐 3장 중 2장은 1만 원권이 차지했던 것이다.

 하지만 2009년 6월 5만 원권이 등장하면서 1만 원권의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 5만 원권 발행 잔액은 2009년 말 9조9229억 원에서 지난해 말 75조7751억 원으로 7년 6개월 새 7.6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작년 말 전체 화폐 발행 잔액에서 5만 원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77.8%로 늘었다.

 시중에 5만 원권이 대규모로 풀린 것과 달리 시중을 떠돌다 중앙은행으로 회수되는 5만 원권은 여전히 적다. 지하경제의 ‘검은돈’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5만 원권의 환수율은 49.9%에 그쳤다. 전년도(40.1%)보다는 높아졌지만 시중에 새로 공급된 5만 원권에 비해 중앙은행에 환수된 금액이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는 뜻이다. 지난해 1만 원권 환수율이 107.3%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수의 5만 원권이 시중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5만원권#1만원권#발행#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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