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소비심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 10개월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얼어붙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도 크게 뛰어 가계의 체감 물가 전망치는 4년 10개월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소비심리 위축이 한국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4일 내놓은 ‘2017년 1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3으로 지난해 12월보다 0.8포인트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9년 3월(75.0) 이후 7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국내 정치 불안과 미국의 금리 인상 등 대내외 악재가 쌓이면서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1월부터 100 아래로 떨어져 3개월째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부문별로는 6개월 전과 비교해 지금의 생활형편을 진단한 ‘현재생활형편’ 지수가 전달보다 2포인트 떨어진 87로 4년여 만에 가장 낮았다. 6개월 후의 생활형편을 전망한 지수(91)도 5년 만에 최저치였다. 가계의 살림살이가 6개월 전보다 더 팍팍해졌고 앞으로 더 나빠질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특히 이달 들어 소비자가 1년 뒤의 물가를 가늠하는 ‘물가수준전망’ 지수(148)가 전달보다 7포인트나 올랐다. 이는 2012년 3월(149) 이후 4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최근 달걀, 채소, 가공식품 등 식탁에 오르는 품목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뛴 영향이 크다. 가계 소득은 제자리인데 체감 물가는 크게 올라 앞으로 가계가 지갑을 열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소비자는 더 많아졌다. ‘주택가격전망’ 지수(92)는 전달보다 5포인트 떨어져 3개월 연속 하락했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과 정부의 부동산 규제, 공급 과잉 우려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경기에 대한 소비자 전망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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