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헌옷수거함에 붙은 경고문이다. 울산, 경남 거제, 통영의 조선소 인근 헌옷수거함에는 지난해 가을부터 이런 경고문이 붙었다. 조선소에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버리고 간 작업복과 작업화들로 헌옷수거함이 넘쳐 주변에까지 쌓이자 이를 참다못한 주민들이 써 붙인 것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31일 “2, 3년 전까지만 해도 조선소 작업복 중고 거래가 활발했지만 최근에는 거래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조선소에서 작업복이 주기적으로 지급되지만 분실하거나 해졌을 때, 또는 ‘물량팀’(조선소에서 근무하는 2차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급하게 현장에 투입될 때 이런 중고 작업복을 구해 입었다고 한다. 하루 수백 명의 물량팀이 추가 투입됐던 조선업 호황기 때는 낡은 중고 작업복이 몇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본격적으로 조선업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자 조선소 작업복의 위상도 함께 추락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조선 ‘빅3’에서 정규직 7000여 명이 희망퇴직으로 옷을 벗었고, 조선업계에서 2만여 명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었다.
조선소들이 모여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골칫거리가 된 헌옷수거함을 철거하는 일도 있다. 지난해 거제시는 조선소 노동자들이 밀집해 거주하는 주택가의 헌옷수거함 40여 개를 철거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처음엔 헌옷을 치워 달라고 했다가, 아무리 치워도 작업복이 계속 쌓이니 아예 헌옷수거함을 없애 달라는 주민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올해도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상돼 시 차원에서 철거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의 ‘구조조정 한파’는 올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밝힌 ‘조선업 경쟁력 강화방안 및 2017년 액션플랜’에 따르면 올해 ‘빅3’ 조선소에서만 1만4000여 명의 추가 감원이 예정돼 있다. 31일 한국고용정보원은 조선업종의 고용 규모가 지난해 상반기보다 15%(2만7000명)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