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나 말을 터놓을 친구가 없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정(情)이 있기 때문에 마음은 따뜻해지고 정서적 안정과 행복감을 얻는다. 인간관계는 바로 행복의 원천이다. 그런데 인간관계 중에는 성가시고 괴로운 관계도 있기 마련이다. 가만히 따져보면 도움이 되고 편안한 관계보다는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관계가 더 많은 것 같다. 배우자나 직장 상사를 욕하고 비난하는 말은 넘쳐나는 반면 그들에게 감사나 존경을 표현하는 말은 들어보기 힘들다.
인간관계가 왜곡되고 무너지는 원인 중 하나는 이기심이다. 상대에게 바라기만 하는 것, 나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이용하려는 마음, 나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면 가까이하고 그렇지 않을 것 같으면 멀리하려는 이기적 계산 같은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어차피 인간관계란 서로의 필요에 의해 맺어지는, 그런 것 아니냐?”는 자세, 즉 나의 이기적인 욕심으로 타인을 이용하면서도 그 잘못을 자각하지 못하는 태도다. 불신은 더 깊어지고 이익이 되는 관계만 추구하다가 결국 피폐한 인간관계에서 도피해 고독을 추구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사실 인간관계에서 물질적, 경제적 도움만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도움은 나의 인격적 성장이다. 공자는 “세 명이 있으면 그중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선한 사람으로부터는 그를 본받으면 될 것이고, 불선한 자를 보고는 나의 잘못을 돌이켜봐 고치면 된다”고 했다. 나를 기쁘고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은 두말할 것 없이 좋은 벗이겠지만 나에게 고통을 주는 사람은 나를 단련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퇴계는 “가정과 고을은 인륜을 닦는 장(場)”이라고 했고, 맹자는 “나라 안에 법도 있는 집안과 쓴소리하며 보필하는 선비가 없고, 나라 밖에 적국(敵國)과 외환(外患)이 없는 임금의 나라는 멸망하기 마련이다”라고 했다. 적당한 위협과 우환조차도 나를 흔들리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이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는 존재. 그래서 사회적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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