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는 인적분할과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 굵직굵직한 지배구조 관련 안건들은 상정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런 내용을 요구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공식 주주제안서 제출 마감시한인 지난달 31일까지 제안서를 내지 않았다. 엘리엇은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보통주 0.62%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0.5% 이상의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는 주주제안서를 통해 주총 안건 상정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주총 안건으로 올라가려면 주총 6주 전까지는 공식 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엘리엇이 당초 요구했던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분리 △30조 원 특별배당 △사외이사 3명 추가 선임 △사업회사의 미국 나스닥 상장 중 일부만 수용하기로 밝힌 상태다.
재계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은 지주회사 설립. 삼성전자가 엘리엇의 요구가 있은 후 “지주회사 전환을 중립적으로 검토 중이며 최소 6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추측으로만 떠돌던 인적분할 가능성이 처음으로 공식화된 시점이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3월 정기 주총에서 검토 결과를 중간발표하고 인적분할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왔다. 삼성전자 주가가 ‘갤럭시 노트7’ 단종 악재를 뚫고 한때 200만 원까지 상승한 것도 이 같은 기대감 때문이었다고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주총에서 인적분할 이슈가 거론되면 “계속 검토 중”이라고 답변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기업 출신의 사외이사 추천 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특검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섣불리 새로운 인사를 거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틀째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날은 전날보다 1.08%(2만1000원) 떨어진 192만 원에 마감했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해체를 앞두고 있는 데다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 논의가 본격화되면 지배구조 개편도 더뎌질 것이라는 전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달 말 특검이 종료되면 삼성이 미전실 해체를 비롯한 대대적인 쇄신안을 발표해 주총에 처음 등장할 ‘등기이사 이재용’(삼성전자 부회장)의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