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도시락에 불고기라도 한 점 있는 날은 ‘전쟁’하는 날이었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친구의 젓가락으로부터 불고기 반찬을 지키는 전쟁.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한국의 중장년이라면 잊지 못할 추억이다.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구제역까지 발생해 축산농가와 고기 애호가들의 시름이 깊다. 제러미 리프킨은 ‘육식의 종말’에서 인류의 쇠고기 사랑과 육식 집착이 지구적 재앙을 초래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 곡물 수확량의 3분의 1이 소의 사료로 사용되고 있는 동안 10억 명이 기아로 고통을 받고 있다. 목초지 개간과 방목으로 산림이 훼손되고 사막화가 진행된다. 유엔은 전 대륙의 29%가 사막화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축산 분야에서 배출되는 메탄과 이산화탄소는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를 차지한다.
세계자원연구소(WRI)는 세계 인구가 96억 명에 이르는 2050년 세계적인 식량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속가능한 먹거리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대안은 양식(養殖)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양식은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라고 갈파한 바 있다. 양식 중에서도 수산 양식은 육지 양식보다 사료 효율성이 월등히 높다. 최근에는 친환경 양식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연산과 거의 동일한 품질의 수산물이 나오고 있다. 단백질 섭취를 포기할 수 없는 인류에게 수산 양식이 현실적 대안이다.
세계 각국이 양식업에 정보통신기술(ICT), 생명공학기술(BT)을 결합하면서 양식업 육성 경쟁에 나서고 있다. 덴마크는 중국 고비사막에 바다연어 양식장을 세웠으며, 세계 최대 연어 양식기업인 ‘마린 하베스트’가 있는 노르웨이는 양식업을 기술 집약 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세계 양식 수산물의 58%를 생산하는 중국도 국가주도 5개년 계획을 통해 양식업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도 양식업을 한국 경제의 새로운 먹거리로 키우기 위해 2016년 ‘미래양식투자포럼’을 발족하고 수산업 신성장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부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고급 어종 양식에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고 양식 산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래 산업화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IT, BT, 금융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수산양식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 못지않게 시장의 관심과 민간의 과감한 투자도 중요하다. ICT 등 다양한 산업 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재탄생할 ‘스마트 양식업’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자본과 기술이 투입된다면 양식업은 1차산업의 수준을 넘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퀀텀 점프’할 수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는 지구 환경 파괴로 식량이 부족해지면서 피난처가 될 행성을 찾아가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식량 생산량이 인구 증가율에 미치지 못하는 지금의 추세가 계속되면, 인터스텔라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지구의 70%는 바다이며 한국은 3면이 바다다. 지속가능한 미래 먹거리를 옆에 둔 천혜의 환경을 갖고 있는 셈이다. 과거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끈 반도체와 조선 철강 자동차 산업이 그랬듯 스마트 양식업이 새로운 경제 성장 엔진으로 발전해 인류의 건강한 미래에도 기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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