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은행에 맡긴 돈이 6년 만에 최대치인 35조 원 이상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주저하고 은행에 돈을 쌓아두는 기업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기업이 은행에 예치한 예금 잔액은 383조4597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10.2%(35조4043억 원) 늘었다. 이 같은 증가 폭은 2010년(52조523억 원) 이후 6년 만에 최대치다.
반면 지난해 말 가계가 보유한 은행 예금 잔액은 580조7260억 원으로 1년 새 3.8%(21조5264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업의 예금 증가액이 가계를 넘어선 것은 2009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2013년만 해도 30조 원을 웃돌았던 가계의 연간 예금 증가액은 3년째 주저앉은 반면 기업의 예금 증가액은 2012년 이후 4년 연속 늘었다. 통상 가계는 저축을 하고 기업은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를 하는 경제 주체로 인식됐지만 최근 정반대의 패턴이 이어진 것이다.
이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경기 침체의 여파로 기업들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결과로 분석된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들이 돈을 쓰지 않고 은행에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2.4%로 2009년(―7.7%)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았다.
또 지난해 3분기(7∼9월)에는 금융회사를 제외한 국내 기업(비금융 법인기업)들의 ‘자금 잉여’(자금 운용에서 조달 금액을 뺀 것)가 4조5000억 원 발생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비금융 기업에 여윳돈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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