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 신문이 FT 대주주… 트럼프 칼날 피하려 한국 때리기
정부-한은, FT에 이례적 항의 서한
아시아의 환율 조작국은 중국과 일본이 아니라 한국이라고 보도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정부가 반박 내용을 담은 항의 서한을 보냈다. FT의 대주주가 일본 신문이라는 점에서 4월 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을 앞두고 일본이 의도적으로 ‘한국 때리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전날 공동 명의로 FT 영국 본사와 일본 지사에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앞서 FT는 13일 일본발(發)로 ‘아시아 환율 조작국에 대한 트럼프의 분노는 타깃이 잘못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일본은 2011년 이후 환율에 개입하지 않았고 중국은 위안화 가치 절하보다 방어에 힘쓰고 있다”며 “환율을 관리하는 국가는 한국과 대만”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과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가 3%를 밑도는 반면에 한국은 8%, 대만은 15%에 육박한다고 제시했다.
미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에 발표하는 환율보고서에서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3%를 초과하고,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를 초과하며, 통화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당국이 외환시장에 일방향으로 개입하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한다.
기재부와 한은은 이번 서한에서 “한국은 통화 가치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환율을 특정 방향으로 관리하지 않는다”며 “국제통화기금(IMF)과 미 환율보고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국제결제은행의 실질실효환율로 보면 원화 가치는 고평가됐으며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인구 고령화와 유가 하락이 주요 요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재부와 한은이 외신에 항의 서한을 보낸 것은 이례적이다. FT 보도 이후 일각에서 한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 우려가 커지자 이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FT는 2015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인수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한국 등으로 돌리기 위해 ‘일본 편들기’ 기사를 내보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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