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은행-증권-보험 따로 전업주의… 겸업주의로 가야 국제경쟁력 확보”
황영기 회장의 ‘증권업 역차별’ 쐐기
“은행, 증권, 보험사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닌) 서로 다른 운동장에서 놀고 있다. 종합운동장을 만드는 겸업주의로 가야 (국내 금융사들이)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64)이 20일 서울 명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65)이 6일 금융투자업계가 은행, 보험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에 비유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두 사람은 서울대 무역학과 선후배로 금융사 수장으로 재임할 때 자주 교류하며 친분을 쌓아 왔다. 하지만 은행업과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하는 협회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업계의 이해관계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포문은 황 회장이 열었다. 그는 증권사의 법인 지급 결제와 외국환 업무를 허용해 달라고 금융 당국에 요청했지만 은행의 고유 업무라는 논리에 막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 회장은 “은행은 축구장에서, 증권은 농구장에서, 보험은 배구장에서 각각 경기하라는 것이 현재의 전업주의다. (증권사의) 법인 지급 결제나 환전 업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농구팀이 손도 쓰면서 축구를 하겠다는 것과 같다. 운동장이 기울어진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은행의 신탁업 확대에 대해서도 황 회장은 “전업주의를 위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하 회장은 “소비자가 더 나은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은행에 불특정금전신탁 등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맞받았다. 신탁업은 주식, 예금, 부동산 등 투자자의 다양한 재산을 수탁자가 운용하고 관리하는 서비스다. 현재 은행은 불특정금전신탁과 수탁 재산 집합 운용이 금지돼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은행의 수익성과 효율성이 낮다는 내용의 ‘국내 금융산업의 효율성 분석’ 보고서를 냈다. 하 회장은 이 보고서에 대해서도 “최근 5년 평균 자본수익률을 보면 은행이 증권사에 비해 더 높다. 타 업권에 대해 수익성이 낮다고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하 회장은 이번 논란이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며 금융업권 간의 갈등을 해소할 방안으로 겸업주의를 제안했다. 그는 “겸업주의를 하면 금융사들이 고객 정보를 공유해 효율성을 높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어 금융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고객들도 은행, 보험, 카드 등의 서비스를 한곳에서 받을 수 있어 편리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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