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4차 산업혁명과 한국 농업의 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7일 03시 00분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담론이 뜨겁다. 4차 산업혁명이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의 핵심 주제로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뒤 산업계는 물론이고 언론매체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언급되고 있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혁신적인 기술들의 융합과 협업, 네트워크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대변혁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1차 산업인 농업이 4차 산업혁명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생명창고’를 지키고 있는 농업 분야야말로 4차 산업혁명이 미치는 파급효과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10억 명의 사람들이 식량난으로 고통받고 있다. 2050년 세계 인구가 90억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을 감안하면 식량 부족 문제는 더욱 절실해질 것이다. 잦은 이상기후와 고령화 추세까지 생각하면 농업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연계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초기 단계지만 농업도 이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한 상태이다. 온실과 축사 등에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원격·자동 관리 시스템이 활용되고 있다. 또 날씨와 생육 정보 관련 빅데이터를 반영한 맞춤형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방제용 드론이 들녘 곳곳을 누비고 있으며, 착유로봇과 파종로봇 등 농업용 로봇 연구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자율주행하는 최첨단 트랙터와 콤바인, 거동이 불편한 농업인을 위한 로봇도 곧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파급효과에도 불구하고 국내 농업 현장은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인식이 낮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팜 등 창조농업에 관심을 가지는 농업인이 아직은 많지 않다. 이는 농업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고 투자도 열악해 ICT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유입이 활발하지 않은 것도 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현장에서 만나는 농업인뿐만 아니라 농협 임직원들에게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 전략을 수립해 미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설립한 농협창조농업지원센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 농업을 이끌어 나갈 선도농업인을 육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업 분야 ICT 확산과 농업의 6차산업화를 위한 특화교육을 실시하고 컨설팅과 자금 지원을 연계해 창조농업이 뿌리 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또 농협은행은 스마트팜 시설 구입과 신·개축, 운전자금으로 최대 50억 원까지 저리로 빌려주고 스마트팜에 특화된 전문 컨설팅 서비스를 해준다. 올해 1월에는 농촌진흥청과 첨단 농업기술을 공유하고 토양 검증 자료, 육종기술 정보 등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농업인의 소득을 늘리고 농산업 발전에 힘을 모으자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필자에게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한국이 네덜란드처럼 작지만 강한 농업대국이 될 수 있다는 확실한 신념이 있다. 이를 통해 농가소득 5000만 원 시대를 앞당겨 농업인이 활짝 웃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간절한 꿈이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농업은 더 이상 사양산업이 아니다. 세계의 석학들이 주목하고 사람 냄새 나는 미래 성장산업으로 다가서고 있다. 농업이 한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산업으로 거듭나는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4차 산업혁명#농업#ict#사물인터넷#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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