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 1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고공 행진하는 ‘장바구니 물가’에 대출 이자까지 가파르게 뛰면서 가계가 지갑을 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서민층이 많이 찾는 저축은행의 대출 금리가 한 달 새 1%포인트 이상 급등해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을 키우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3.39%로 전달보다 0.10%포인트 올랐다. 작년 9월부터 5개월 연속 상승한 것이며, 2015년 2월(3.48%) 이후 1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3.16%)는 한 달 새 0.03%포인트 뛰며 6개월째 올랐고 집단대출 금리(3.17%)도 0.01%포인트 상승했다.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세이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여파로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대출 금리도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은행 정기 예·적금을 포함한 저축성 수신금리(1.51%)는 5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은행의 예대금리 차는 2.00%포인트로 4년 만에 최대치로 벌어졌다.
특히 그동안 상승세가 더뎠던 제2금융권의 대출 금리가 큰 폭으로 뛰고 있어 우려가 높다. 저축은행 대출 금리는 지난달 11.75%로 전달보다 1.09%포인트나 올랐다. 저축은행 가계대출은 지난 한 해 33.5%(4조6000억 원) 급증했다. 새마을금고(3.92%), 상호금융(3.86%) 대출 금리도 일제히 올랐다. 제2금융권은 저소득·저신용자,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이 많아 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신용전망보고서에서 “한국의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어 금리 인상에 대한 취약성을 높이고 소비, 성장의 하방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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