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꼭 98년 전 오늘인 1919년 3월 1일 시작된 독립만세운동은 국내외 독립운동 세력이 더 큰 힘을 모을 수 있는 기반이 되었고, 같은 해 4월 1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독립운동에 나섰고 그들 중에는 활명수를 팔아 독립자금을 조달한 동화약방(現 동화약품)의 사장 민강 선생도 있었다.
1897년 대한제국이 설립되던 그해, 궁중 선전관 민병호 선생이 동화약방(現 동화약품)을 설립하고 개발한 국산양약 1호가 활명수, 즉 ‘생명을 살리는 물(살릴 活, 생명 命, 물 水)’이었다. 궁중비방에 서양의학을 접목하여 개발한 활명수는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급체와 토사곽란만으로도 목숨을 잃던 이들이 많았던 시대에 만병통치약과 같은 대접을 받았다.
○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 자금줄 역할을 한 활명수
동화약방의 사장이었던 민강 선생은 상하이임시정부의 비밀기관이던 ‘서울연통부’의 행정 책임자를 맡아 동화약방 사무실을 서울연통부로 사용하면서 국내외 연락담당과 정보수집 역할을 했고, 활명수 판매 금액으로 독립자금을 조달했다. 현재 서소문에 있는 동화약품 창업지(서울 중구 서소문로 14길)에는 1995년 서울시가 광복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세운 ‘서울연통부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당시 활명수 한 병 값은 50전으로 설렁탕 두 그릇에 막걸리 한 말을 살 수 있는 비싼 가격이었다. 독립운동가들이 중국으로 건너갈 때 돈 대신 활명수를 소지했다가 현지에서 비싸게 팔아 자금을 마련했다고 전해진다. 독립운동 활동이 발각되어 수 차례 옥고를 치르기도 했던 민강 사장은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1931년 48세의 나이로 병사했다.
○ 암울한 시대에 민족의 자부심을 북돋다
민강 사장 사후(死後) 동화약방의 경영은 어려워졌지만, 독립을 향한 열망은 꺾이지 않았다. 1936년 8월 9일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남승룡 선수가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따자 동화약방은 곧바로 8월 11일자 일간지에 두 대한남아의 승전보를 알리는 축하광고를 게재하여 암울한 시대에 민족의 자부심을 북돋기도 했다. 이어 동아일보(8월 13일, 25일)에서 일장기를 지운 마라톤 우승자의 사진을 싣고 일제의 탄압으로 휴간, 정간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일장기 말소사건, 1936년). 당시 동화약방(現 동화약품)은 민강 사장이 독립운동에 투신하다 갑작스럽게 사망하고 큰 경영 위기를 겪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체력의 근원이 건전한 위장이며 이를 위해 “건강한 조선을 목표로 하자”는 민족의 아픔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게재한 것은 남다른 민족 정신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 독립운동 뜻 이어받아 동화약방 이끈 CEO들
동화약품 현대화의 기틀을 마련한 5대 사장 윤창식 선생은 1937년, 민강 사장 사후(死後) 동화약방을 이끌고 있던 민씨 일가의 권유로 동화약방을 인수했다. 그 역시 일찍이 민족자립을 목적으로 한 비밀결사조직 ‘조선산직장려계’ 총무활동을 하다가 옥고를 치르기도 했던 민족주의 사업가였기 때문이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고 만주에 현지화 공장을 설립하는 등 활명수와 동화약방의 재건을 위해 매진했던 윤창식 사장은 한편으로 보린회, 신간회 지원 등 가난한 민중과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까스활명수의 아버지’ 윤광열 명예회장은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학교) 재학시절, 일제에게 강제 징집되었다가 탈출하여 중국 상하이에 있는 정부군을 찾아가 주호지대 광복군 5중대 중대장직을 맡았다. 또한 기업의 현대화와 중앙연구소 설립, 신약개발을 추진해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였다.
○ 민족의 ‘생명을 살리는 물’, 세계 어린이들의 생명을 살리다
‘생명을 살리는 물(살릴 活, 생명 命, 물 水)’이라는 활명수의 가치와 정신은 120년 동안 면면히 이어져 오면서 ‘국민소화제’로서의 사명을 다하고 있으며, 민족의 ‘생명을 살리는 물’ 역할을 넘어 세계 어린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활동으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동화약품은 2013년부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생명을 살리는 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특별 제작한 활명수 기념판의 판매수익금을 기부금으로 조성해 아프리카 물부족 국가의 어린이들에게 깨끗한 물을 전달할 수 있는 사업을 전개하면서 활명수의 정신을 계속 실천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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