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누스 박사 “소셜비즈니스, 청년들에 기회…일자리 찾지만 말고 만들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일 03시 00분


그라민은행 창설자 유누스 박사, 日서 청년창업 역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그라민은행’을 설립해 빈곤 대응과 관련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방글라데시의 무함마드 유누스 박사가 지난달 21일 일본 도쿄에서 강연하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sya@donga.com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그라민은행’을 설립해 빈곤 대응과 관련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방글라데시의 무함마드 유누스 박사가 지난달 21일 일본 도쿄에서 강연하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sya@donga.com

“대학 교육까지 받은 22세 청년이 일자리가 없다고 불평하길래 ‘네 엄마를 보라’고 했습니다. 문맹인 그의 어머니는 20년 전 그라민은행에서 35달러를 빌려 작은 사업을 해 아들을 교육시켰거든요. ‘너는 왜 대학까지 나와서 직업을 달라고 하는가. 뭘 할지 스스로 생각하라’는 겁니다.”

2006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무함마드 유누스 박사(76)는 지난달 21일 아사히신문과 규슈(九州)대가 주최한 ‘소셜비즈니스로 미래를 만들자’ 심포지엄에서 이렇게 일갈했다. “청년들이 만들어갈 새로운 사회에는 새로운 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찾지 말고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라”는 주장이다.

빈자들을 위한 ‘그라민은행’을 창설해 빈곤 구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그는 지금 ‘소셜 비즈니스’ 전도사가 돼 있다.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면서 돈도 버는 사업을 말한다. 주로 빈곤, 환경, 의료, 에너지, 교육 등의 분야에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며 고용을 창출한다.

1983년 방글라데시에서 그라민은행을 만들었을 때 그는 빈민 여성들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이들에게 담보 없이 35∼40달러를 빌려준 것만으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여성들은 볏단을 사서 탈곡해 직접 쌀을 팔고, 야채를 기르고 바구니를 짜서 팔았다. 지금까지 8만여 마을에서 빈곤 여성 500여만 명에게 대출이 이뤄졌는데 원금회수율이 98%에 이른다. 깨어난 여성들은 사회 전체를 바꾸고 있다. 농촌에 화장실이 들어섰고, 아이들의 야맹증이 사라졌다. 가족계획을 통해 30년 전 평균 6, 7명이던 1가정 자녀 수를 2명으로 줄였다.

그는 유누스 정신은 ‘거꾸로 생각하기’라고 강조했다. “내가 금융을 제대로 공부했더라면 그라민은행이란 아이디어는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난 금융에 대해 잘 몰랐고 은행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이건 통념과 반대로 했습니다. 은행들이 부자를 상대할 때 가난한 사람에게 향했고, 남성들에게 투자할 때 여성들에게 투자했지요.”

일본의 청년들에게 주는 고언도 ‘거꾸로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고령자가 늘고 청년 비중이 줄어든다고 해서 모두가 미래를 불안해하지만, 거꾸로 보면 청년 1인당 가능성은 커진다는 뜻”이라며 “청년들은 내가 누구인가, 나를 둘러싼 사회는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라는 질문을 늘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즈니스란 돈벌이뿐 아니고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라며 “사회는 우리가 어떤 꿈을 꾸느냐에 따라 바뀐다”고 역설했다.

그는 현재 이동통신회사 그라민폰, 태양광 기업 그라민샥티, 정보기술(IT) 기업 그라민 소프트웨어, 수출업체 그라민 니트웨어, 간호사 양성학교, 안과 병원 등 수십 개의 ‘소셜비즈니스’ 업체를 운영한다.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보다 덜 벌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충만함을 어디에 비길까요.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아름답습니다. 동료를 짓밟고 자신만 득 보려는 사람은 적성에 맞지 않겠지만요.”

그는 요즘 규슈대와 코니카미놀타 등 일본 기업과 연대해 무의촌 원격 의료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서는 그가 보급한 그라민폰이 큰 역할을 한다.

“세계 인구 70억 중 10억 명이 기본적인 의료를 제공받지 못합니다. 반면 41억 명이 휴대전화를, 이 중 21억 명은 스마트폰을 사용합니다. 전국에 가방 한 개의 ‘포터블 헬스 클리닉’을 든 기사들을 보내 원격진료를 받게 하는 겁니다. 잘되면 10억 명 시장이 열립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그라민은행#유누스#청년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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