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선 보편화… ‘드러그스토어 시대’ 국내서도 열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3일 03시 00분


드러그스토어가 새 유통 채널로 부상하면서 국내 시장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이마트가 2일 공개한 부츠 스타필드 하남점 매장 조감도. 이마트 제공
드러그스토어가 새 유통 채널로 부상하면서 국내 시장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이마트가 2일 공개한 부츠 스타필드 하남점 매장 조감도. 이마트 제공
‘단추파스, 휴족시간, 달팡크림.’

일본과 프랑스로 여행을 간다고 하면 한 번쯤 주변 사람들이 “시간 나면 약국 가서 이것 좀 사다 줘”라고 부탁을 받아 봤을 만한 상품들이다. 단추파스와 휴족시간은 일본 최대 드러그스토어 마쓰모토 기요시, 달팡크림은 프랑스 몽주약국의 대표 제품이다. 의약품과 화장품, 식음료와 생필품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유통 형태가 된 드러그스토어는 이제 국내에서도 주력 판매 채널로 급부상하고 있다.

○ 이마트, ‘부츠(Boots)’로 올리브영에 도전장

2일 이마트는 영국 1위 드러그스토어 브랜드인 부츠를 상반기(1∼6월) 내 스타필드 하남점, 3분기(7∼9월) 중 명동본점에서 개점한다고 밝혔다. 2012년 내놨던 자체 브랜드 분스가 부진하자 글로벌 브랜드로 재도전하는 셈이다. 기존의 분스 매장은 부츠로 일원화될 예정이다.

현재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은 선발 주자인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이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GS리테일의 왓슨스와 롯데쇼핑 롭스가 2, 3위로 뒤쫓는 상황이다. 글로벌 초대형 드러그스토어가 국내에 상륙하면서 차별화 전략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드러그스토어 최초로 매출 1조 원(추산)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근엔 리빙 카테고리와 애완용품, 음향기기 등 신규 카테고리를 내놓으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염가 제품을 파는 ‘올리브영 아울렛’도 인천 부산 진주에 열었다.

왓슨스코리아는 2004년 GS리테일과 홍콩 AS왓슨이 50 대 50 지분 투자로 설립해 사업을 시작했다. GS리테일은 지난달 AS왓슨이 소유한 지분을 모두 인수했고 2일 왓슨스코리아를 합병한다고 공시했다. 드러그스토어 사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2013년 홍대점을 오픈하며 시작한 롭스는 올해 90개까지 점포를 늘리면서 백화점 브랜드 재구성과 단독 자체상품 개발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 웰빙·힐링 수요가 드러그스토어 시대 열어

드러그스토어의 성장은 이미 해외에선 보편적이다. 미국 드러그스토어의 원조격인 월그린스는 1901년 일리노이 주의 작은 동네 약국으로 시작해 현재 미국 유통업계 전체에서 매출 10위 기업으로 부상했다. 프랑스 몽주약국과 독일 DM·로스만(ROSSMANN), 일본 마쓰모토 기요시 등도 의약 잡화점으로 출발해 주요 유통 채널이 된 대표 사례다. 사진 인화 서비스나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차를 타고 지나가며 주문할 수 있는 매장), 24시간 개장 지점을 도입하는 등 사업 형태도 복합 유통 기업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주로 약국에서 출발한 해외 드러그스토어와 달리 국내 드러그스토어는 유통 대기업들이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신개념 유통 채널로 도입시켰다. 대부분 처방전 없이는 판매가 제한됐던 의약품보다는 건강과 미용 제품군을 주로 내세웠다. 편리성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고급형 잡화점 콘셉트가 주효해 백화점·대형마트 등 기존 유통 채널이 주춤하는 가운데서도 국내 드러그스토어 시장은 2007년 1000억 원 규모에서 지난해 약 1조2000억 원까지 커졌다.

전문가들은 드러그스토어의 성공이 웰빙·힐링 등 선진국형 수요와 개별 맞춤형 소비 형태로 뒷받침됐다고 본다. 다양한 기본 의약품에 대한 소매점 판매가 일찍이 허용됐던 일본과 달리 국내 의약품 소매 시장은 이제 막 열리고 있는 단계이기도 하다. 맞춤형 드러그스토어 시장 경쟁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어느 기업이 단추파스와 같은 ‘킬러 상품’을 잘 발굴하는지, 향후 확대될 의약품 소매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지가 국내 드러그스토어 기업들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now@donga.com·박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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