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 2위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와 글라스루이스가 회원사들에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삼성전자에 미칠 영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삼성전자는 이달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사실상 ‘삼성특검’으로 끝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가 삼성전자의 대외신인도 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ISS와 글라스루이스 보고서는 외국인 기관투자가 등 주요 주주들에게 영향력이 적지 않다. 두 회사는 7일과 8일 각각 낸 보고서에서 주총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의 건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에 대해 모두 ‘찬성’을 권고했다.
그러면서도 주석 형태로 최근 최순실 사태와 삼성그룹 연루 의혹을 소개하며 주주들에게 조심스레 지켜봐야 한다고 권고했다. 통상 찬성 또는 반대 의견만 제시하는 것과 달리 긴 부연설명이 달려 증권가에선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ISS는 이번 사태를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오랜 벗 최순실이 연루된 K스포츠와 미르재단에 40개가 넘는 기업이 자금을 지원해 생긴 스캔들”이라고 했다. 이어 “삼성그룹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논란 등으로 수사 과정 내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ISS는 특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에 대한 일괄 기소 사실도 전했다. 보고서 말미에는 “아직 진행 중인 사건인 만큼 (삼성에) 불러올 영향을 섣불리 예단하긴 어렵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글라스루이스도 “최근 회사가 처한 상황이 불러올 파장을 고려하면 주주들은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찬성 의견을 제시한 이유로는 “법적 과정이 아직 진행 중이며 현재로선 증거가 불충분해 주총 안건에 대해 반대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태를 계속 조심스럽게 지켜볼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 재판 과정 등에서 확인되지 않은 주장들이 쏟아져 나올 경우 글로벌 투자사들의 태도가 더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추후 신규 이사 선임 등 민감한 안건이 논의될 때는 ‘법적 리스크’를 고려해 제동을 걸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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