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진 美 보호무역… 현대重 변압기에 관세폭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0일 03시 00분


예비판정 20배인 61% 반덤핑 관세… 현대重 “납득 어려워… CIT에 제소”

미국 정부가 한국산 대형 변압기에 대해 예비판정의 20배에 이르는 61%의 반덤핑 관세를 확정했다. 최근 우리 철강사들도 반덤핑 관세 예비판정을 받은 가운데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강화가 점차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9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최근 미국 상무부는 현대중공업이 수출하는 대형 변압기에 61%의 반덤핑 관세 최종판정을 내렸다. 앞서 상무부는 지난해 9월 예비판정에서 현대중공업 3.09%, 일진 2.43%, 효성 1.76% 등으로 한국산 변압기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결정했다. 그런데 최종판정에서 현대중공업에 대한 관세율을 무려 20배로 높인 것이다. 이번에 효성은 2.99%를 최종 부과받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날 “지난해 예비판정과 비교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최종판정으로 이의를 제기하겠다. 미국 국제무역법원(CIT) 제소 등 법적인 절차를 통해 관세율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또 미국 앨라배마 주에서 운영 중인 현지 생산법인을 통해 이번 조치의 영향을 최소화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구체적인 조치로 현실화시키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변압기 제조업체들이 외국 기업을 지속적으로 견제해 왔는데 국내 1위 변압기 제조업체인 현대중공업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 것은 보호무역주의 강화의 대표적인 조치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미국 정부는 2일(현지 시간) 한국산 후판(두께가 6mm 이상인 강판)에 반덤핑 관세 예비판정을 내린 바 있다. 미국 상무부는 미국에서 유통되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후판에 각각 2.05%와 1.71%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현대제철 0.54%, 동국제강 0.13%의 상계관세 예비판정도 내렸다. 또 최근 한국산 인동(구리모합금)에 8.43%의 반덤핑 관세를 최종 부과하기도 했다. 이 역시 예비판정 결과인 3.79%의 2배가 넘는 관세율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오바마 정부 때부터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해 온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보다 강력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품목별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당분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가격 책정 근거를 미리 잘 마련해놓고 수출량을 적절히 조절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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