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계약 4개월만에 절차 완료… 스마트카 시장 유리한 고지 선점
스마트폰-가전과도 시너지 기대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전장업체 하만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며 자동차 전장부품 후발주자에서 리드업체로 도약할 채비를 마쳤다. 스마트폰에 이어 미래 스마트카 시장에서도 수직계열화에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 주주총회 승인과 미국을 비롯한 반독점 심사 대상국 10곳의 승인 등 인수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마쳤다고 11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인수계약을 맺은 지 4개월 만이다. 인수대금은 80억 달러(약 9조2000억 원)로 국내 기업 해외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로 단숨에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와 거래하게 됐다. 하만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폴크스바겐, 피아트, 도요타, 할리데이비슨 등 프리미엄 자동차, 모터사이클 제조사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하만은 지난해 기준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차량용 오디오와 내비게이션) 점유율 1위(24%), 카오디오 1위(41%), 텔레매틱스(자동차용 통신모듈) 분야는 2위(10%)를 차지하는 등 글로벌 전장사업의 리드 업체다.
‘포스트 스마트폰’으로 지목된 스마트카 시장에서 수직계열화 효과도 기대된다. 하만이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하는 인포테인먼트 부품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통신모듈 등 삼성이 생산하는 제품군과 겹친다. 스마트폰 부품 수직계열화로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누리고 있는 현재의 성장전략이 미래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카용 전장 시장은 2025년까지 매년 13% 성장을 지속해 1864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완성차 시장 성장률(2.4%)보다 5배 이상 빠른 성장 속도다. 지난해 11월 박종환 삼성전자 전장사업팀 부사장은 “과거가 PC 시대, 지금이 스마트폰 시대라면 앞으로 10년은 스마트카 시대”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15년 12월 전장사업팀을 신설했지만 미국 애플이나 중국 바이두, 국내 LG전자 등 경쟁업체에 비해 전장사업 진출이 늦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자동차 전장산업계 최고인 하만 인수와 함께 업체별로 차량용 부품의 경쟁력을 높이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독일 아우디에 ‘엑시노스’ 프로세서를 공급하고 미국 테슬라와 자율주행반도체 개발을 협력하는 등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재계에서는 삼성 스마트폰이나 TV 등 가전제품에도 하만의 음향 기술력이 접목돼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법인을 통해 하만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경영은 디네시 팔리왈 하만 대표이사(CEO) 등 현재 경영진에게 맡기기로 했다. 임직원과 사업장, 하만이 보유한 브랜드도 그대로 유지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