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휘 기자의 거기 어때요]1년뒤 분양권 전매 가능… 큰손들 눈독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3일 03시 00분


경기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10일 경기 평택시 서정동에 문을 연 ‘고덕국제신도시 자연&자이’ 본보기집에 몰린 방문객들이 단지 모형을 보고 있는 모습.
 고덕신도시는 11·3 부동산대책의 사정권 밖인 데다 전국에서 청약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곳이다. GS건설 제공
10일 경기 평택시 서정동에 문을 연 ‘고덕국제신도시 자연&자이’ 본보기집에 몰린 방문객들이 단지 모형을 보고 있는 모습. 고덕신도시는 11·3 부동산대책의 사정권 밖인 데다 전국에서 청약할 수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곳이다. GS건설 제공
강성휘 기자
강성휘 기자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로 신한아트홀에서 열린 ‘신한은행 자산관리 멘토스쿨’을 취재하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멘토스쿨은 현금자산만 최소 5억 원이 넘는 이른바 ‘큰손 투자자’들을 위한 재테크 강연입니다. 이날 수강생들이 큰 관심을 보인 지역이 있었습니다. 바로 경기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였습니다.

고덕국제신도시는 평택시 서정동과 모곡동, 장당동, 지제동, 고덕면 일대에 들어서는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입니다. 인구 14만 명을 수용할 공동주택 5만6000여 채가 들어설 예정으로 판교신도시(공동주택 2만7000여 채)보다 배 이상 큽니다. 2008년 개발이 시작된 이후 9년 만인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주택 분양이 이뤄지면서 여윳돈을 가진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마침 GS건설과 경기도시공사가 공동 분양하는 ‘고덕국제신도시 자연&자이’ 본보기집이 문을 연다는 소식에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10일 오전 11시 도착했을 때 비교적 이른 시간인데도 본보기집 앞에는 수백 명이 50m가량 줄을 서 있었습니다.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오전 7시부터 줄을 선 사람도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대기자들의 연령층도 다양했습니다. 갓난아기를 업고 온 젊은 여성들부터 머리 희끗한 중장년층까지 눈에 띄었습니다.

김정훈 GS건설 분양소장은 “11·3 부동산대책 이후 본보기집에 사람이 이렇게 몰리는 건 오랜만이다”며 “신혼부부와 같은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여윳돈 투자자들도 적잖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김 소장은 “(이날 탄핵 선고라는 큰 정치적인) 이벤트가 없었다면 더 많은 인파가 몰렸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고덕국제신도시에 이처럼 뜨거운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전문가들이 꼽는 장점은 여러 가지였습니다. 우선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11·3 대책의 사정권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계약하고 1년 뒤에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기에 여윳돈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전국 어디에 살던 청약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개발 호재도 많습니다. 수서고속철(SRT) 지제역과 가깝고 단지와 맞닿은 고덕첨단산업단지에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지을 예정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분양성적도 좋은 편입니다. 9일 청약 접수한 ‘고덕 파라곤’은 평균 청약경쟁률 49 대 1을 보이며 1순위로 마감됐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낙관하기는 일러 보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평택시에 미분양 물량은 1월 기준 2532채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5번째로 많은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국토부도 이를 우려해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했을 정도입니다. 전문가들도 ‘묻지 마’ 투자는 피해야 하고, 실수요자도 입지를 꼼꼼히 따지는 등 신중한 청약전략을 세우고 접근하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집단대출규제 강화로 실수요자마저 청약을 꺼리는 상황이다. 당장은 투자 수요로 분양 물량이 소화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분양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지역”이라고 경고할 정도입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도 “평택시는 구도심과 고덕국제신도시의 분위기가 양극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구도심 지역은 당분간 더 침체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예상합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고덕국제신도시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수익성에 차이가 있어 청약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현장 분위기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할 때 고덕국제신도시가 침체된 주택시장을 띄우는 기폭제가 될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판단이 듭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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