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재테크]발행가 밑도는 ‘스팩’ 눈여겨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4일 03시 00분


김대영 신한금융투자 신한PWM강남대로센터장
김대영 신한금융투자 신한PWM강남대로센터장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가운데 발행가 2000원 아래에서 거래되는 경우가 눈에 띈다. 한화ACPC스팩, 케이티비스팩2호, 케이비제9호스팩 등이 10일 종가 기준으로 2000원 이하로 거래되고 있다.

스팩의 구조를 이해하는 투자자는 2000원 이하 가격은 무위험차익거래, 즉 원금 보장이 가능한 선이라고 여긴다. 스팩은 비상장기업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서류상 회사다. 2000원에 신주를 발행하고, 공모를 통해 자금을 모아 상장한다. 상장 후 3년 안에 비상장기업과 합병해야 한다. 실제 사업이 없고, 상장만을 위해 존재하는 서류상 회사라는 점에서 채권과 채무가 명확해 우발채무 등의 위험이 거의 없다.

스팩이 3년 내 합병에 성공하지 못하면 원금 2000원에 연 1.4% 수준의 이자를 더해 주주에게 배당하고 청산한다. 스팩이 M&A에 성공하면 주가가 오르고, 투자자들은 스팩을 팔아 매매 차익을 챙길 수 있다. 하지만 주주총회가 진행되기 전 스팩의 주가가 원금보다 낮아지면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만약 2000원보다 낮은 가격에 M&A가 이뤄지면 투자자는 주주총회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된다. 주식매수청구 가격은 통상 공모가격에 이자를 합한 금액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서 결정된다.

상장된 지 1년 된 스팩이 1950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투자자는 주식시장에서 스팩을 1950원에 사들인다. 2년 후 스팩이 M&A에 실패하고 청산한다면, 투자자는 공모가 2000원에 연 1.4%의 3년 치 이자 84원을 더한 2084원을 챙기게 된다. 최초투자액(1950원)과 2년 후 청산금액(2084원)을 비교하면 연 3.5% 정도의 수익이 난다.

이 투자자가 사들인 스팩이 1년 뒤 M&A를 발표했다고 가정해 보자.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 수익을 실현하면 된다. 최근 스팩이 합병을 발표한 뒤 거래가 재개됐을 때 스팩 가격은 2200원 정도에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연간수익률은 10%가 넘는다.

M&A 발표 이후에도 스팩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주주총회에서 합병반대 의사표시를 통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때 주식매수청구 가격은 통상 매수 가격과 경과 이자를 합친 2050원 수준이 된다. 이때에도 연 수익률은 5% 정도가 된다.

발행 가격이 2000원 밑으로 떨어진 스팩이 거의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는 상품으로 불리는 이유다. 또한 스팩은 3월 결산이 끝난 뒤 M&A 발표를 하는 경우가 많아, 주가 전망도 나쁘지 않다. 다만 스팩의 최종 목적인 M&A가 진행되기까지 장기간 투자해야 한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스팩의 구조와 제도를 잘 이해하고, 주가가 하락하는 시점을 노려 투자한다면 안전성을 확보한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대영 신한금융투자 신한PWM강남대로센터장
#발행가#주식#스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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