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日도시바 반도체 인수 경쟁
최태원 회장 고위협상 출장 무산… 재계 “대선뒤에도 경영위축 우려”
SK그룹은 세계 반도체 업계의 판도를 바꿀 대형 인수전을 코앞에 두고 요즘 발만 구르고 있다. 일본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 지분을 100% 내놓으면서 삼성을 제외한 글로벌 선두 기업이 일제히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SK의 ‘작전 사령탑’인 최태원 회장은 지금까지도 출국금지 조치에 발이 묶여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이달 초 도시바 최고위층을 직접 만나기 위한 해외 출장 계획을 잡으려 했다. 반도체 사업 지분 20% 미만을 팔겠다던 도시바가 계획을 바꿔 전량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그러나 최 회장은 이달에도 출국이 어려울 것이라는 보고를 받고 출장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10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걸어놓은 출국금지 조치가 매달 연장되고 있다.
25조 원에 달하는 도시바 반도체 사업 지분 100%는 단독 인수가 어렵다. 해외 파트너와의 공동전선 구축이 필수적이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역부족을 실감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대형 투자에 대한 결정권은 최 회장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SK와 협상할 게 있더라도 법적 리스크가 해소된 뒤 하겠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SK뿐만이 아니다.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 청문회, 특별 수사에 대비하느라 5개월째 비상경영 체제를 이어온 재계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총수가 구속된 삼성을 비롯해 롯데 CJ 등 주요 기업들이 동면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의 추가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경영 위축이 대선 후까지 지속되는 것 아니냐”며 “기업 수사가 불가피하다면 하루라도 빨리 조사를 끝내 기업 활동을 가능하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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