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치킨값 2000원 인상 진실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5일 03시 00분


BBQ “AI 탓 원자재값 상승” vs 정부 “산지가격 영향 거의 없어”
얄팍한 상술에 세무조사 으름장… 서민물가 잡는 다른 방안 없을까

최혜령·경제부
최혜령·경제부
다음 주부터는 치킨을 주문하기 전에 2000원을 더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치킨업계 1위인 BBQ가 20일부터 가격을 10%가량 올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치킨값 인상 시점은 절묘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닭 2941만 마리가 도살 처분된 여파로 닭고기 산지가격이 역대 최고가 수준까지 올랐다는 언론 보도가 쏟아진 직후였다. BBQ 측은 “최근 8년 동안 가격을 올리지 않은 데다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며 가격 인상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정부와 육계협회는 당장 반론을 제기했다. 치킨업체는 1년 단위로 계약해 닭을 공급받기에 이번 겨울에 발생한 AI의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2015년과 지난해 산지 닭고기 값이 폭락했을 때 치킨업계가 ‘치킨 값에서 산지 닭고기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고 연간 같은 가격으로 공급받아 당장 조정이 어렵다’며 버텼다”고 적잖은 반감까지 드러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BBQ 등 치킨업체들이 구입하는 생닭 1마리 가격은 2560원 정도이고 도축비용 등을 합한 3490원 정도가 원가다. 소비자가격이 1만8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20%가 채 안된다. 농식품부는 이를 토대로 BBQ가 AI를 핑계 삼아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BBQ 측은 “농식품부가 원가를 잘못 계산했다. 매장 임차료와 배달 앱 수수료 등도 가격 인상의 요소가 된다”며 억울해한다. 하지만 BBQ 스스로 가격 인상 배경으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거론했기에 농식품부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정부가 과도한 대응을 보인 점은 ‘옥에 티’다. 농식품부는 BBQ의 가격 인상 계획이 발표된 직후 “부당 이득을 취하는 것은 아닌지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하겠다”는 ‘협박성 대책’을 내놨다. 세무조사는 기업에는 생사를 가를 정도로 위협적인 정책 수단이다. 서민 물가 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이해되지만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혜령·경제부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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