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팩토리와 로봇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독일과 일본, 미국 등 주요국을 중심으로 공장 자동화 기술이 속속 갖춰지는 가운데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정부마저 이제야 스마트 팩토리 연구에 본격적인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그러나 시장 환경이 다른 상황에서 선진국의 경험을 일률적으로 따르기도 쉽지 않아 현장의 고민은 깊어진다. 이들 기업에는 멀리 외국 사례보다 4차 산업혁명에 선제 대응한 국내기업의 노하우가 도움이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 팩토리 이슈가 불거지기 이전부터 선구적으로 대응한 국내 강소기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정부가 국내 스마트 팩토리 성공모델을 꼽을 때 반드시 언급되는 ㈜전우정밀의 사례다. 이 회사는 혁신이 산업과 경제를 어떻게 이끄는지 보여주는 기업으로, 국내서도 손꼽히는 성공 스토리로 평가받는다.
경북 경산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기업인 전우정밀은 지난해 스마트 팩토리 구축 성과를 바탕으로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표창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스마트 팩토리 설비를 통해 원자재 투입 소요 시간을 75% 단축하는 등 약 42억 원의 비용을 절감한 성과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제품 불량률 감소와 제품 제작 시간 단축 등으로 효율을 극대화하면서 품질 또한 최고수준에 이르렀다.
국내 생산이 어려운 대형(5000t) 서보프레스 장비를 대체하기 위해 650t 로봇라인 도입한 아이디어는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남다른 해석이 빛나는 대목이다. 전우정밀은 650t 너클프레스 8대를 이어붙이고 동기화 시스템과 이송 시스템의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면서 새로운 자동화 공장설비를 완성했다. 새롭게 구축한 프레스 동기화 시스템은 프레스가 멈춤 없이 작동되는 생산방식으로 높은 생산성을 자랑한다. 기존 트랜스퍼라인과 자동화라인 분야에서 자사 노하우를 그대로 살리면서 새로운 제조 시스템까지 개발해 낸 혁신 사례로 손꼽힌다. 전우정밀은 이와 같은 아이디어를 통해 정밀도와 생산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전우정밀의 품질은 굴지의 해외 대기업과의 파트너 계약을 통해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글로벌 매출 1017만 5000대를 기록하며 판매기록을 또다시 경신한 도요타가 부품 파트너로 전우정밀을 선택해오고 있는 것.
자동차 핵심안전부품인 에어백 인플레이터에서 자동변속기 핵심 부품인 토크컨버터, 자동차 편의장치에 사용되는 모터케이스 등이 이 회사의 주요 수출품목이자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부품 장치로 평가받는다.
특히 에어백을 팽창시키는 장치인 인플레이터의 경우 안전과 결함 문제로 직결되는 장치인 만큼 리콜 이슈에 시달린 도요타는 협력업체 선택 과정에서 기술력과 안정성이라는 두 가지가 확실치 않을 경우 납품 계약 자체를 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우정밀은 기술 안정성은 자동화 과정을 통해 충분한 수준에서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이 분야에서 여느 국내 경쟁사와 달리 4세대 기술로 알려진 선진기술을 확보한 점도 특징이다. 우수한 기술력 덕분에 제품생산 과정에서 원가를 35%가량 절감하는 것도 이 회사만의 강점이다. 현재는 원가를 30% 더 절감할 수 있는 5세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술경영 덕분에 해당 부품의 경우 현재 일본화약(NKK)을 통해 도요타자동차에 전량 납품하는 실적을 거두고 있다.
기술경영의 결과는 수출 성과에도 나타난다. 최근 5년 동안 매출과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7.6%, 수출은 49.2%나 증가했다. 에어백 인플레이터, 모터케이스, 토크컨버터 등 딥드로잉(Deep Drawing) 등 주요 제품군의 매출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를 통해 500만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하면서 대내외적으로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가 국내 혁신 사례로 전우정밀의 스마트 팩토리를 꼽으면서 연달아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풍부한 현장경험에서 해법 찾은 혁신 리더 / 김동진 대표 인터뷰
“동종업계에서 기술 우위를 선점하려면 가치를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지요. 전우정밀은 신규 설비 라인을 한발 빨리 도입하고, 차별화 전략을 앞세웠더니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전우정밀 김동진 대표의 혁신 아이디어는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에 두고 있다. 대형 서보프레스 장비를 여러 대의 너클프레스로 이어 붙인 뒤 로봇화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현장에서 기계의 작동원리와 공정을 누구보다 가까이 보며 이해한 경험이 있었기에 스마트 팩토리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할 수 있었다.
전우정밀의 든든한 자산으로 평가받는 김 대표의 현장 경험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아공업에서 13여 년 재직한 김 대표는 공장장으로 근무하며 성실성과 전문성을 두루 인정받았다. 1992년 퇴임 직후 세운 전우정밀은 꾸준한 성장을 기록한 덕분에 2001년 9월에는 현물출자 방식으로 주식회사로 거듭났고, 이를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기업 도요타에 연간 1600만 개의 부품을 납품하는 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검증된 기업이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김 대표는 전우정밀은 임직원 모두가 이 같은 자부심을 함께 공유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기술경영을 앞세우는 경영철학도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사람에게 자부심과 긍지를 일깨우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전우정밀은 2020년까지 소성가공분야 세계최고 수준의 회사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가지고 기존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속철도 사업에도 뛰어들 예정이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토대로 사업기반을 닦은 김 대표는 “중소·중견기업에서도 얼마든지 자신의 꿈과 비전을 키워 나갈 수 있다”며 “한 가지 일만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멀티플레이어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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