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불청객이 된 미세먼지(부유먼지)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대기오염이 증시를 하락시키기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코리아 최신호(2017년 3월호)에 따르면 앤서니 헤이즈 캐나다 오타와대 경제학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S&P500 지수 데이터와 미국 환경청이 설치한 측정기가 뉴욕 월가 근처에서 수집한 일일 대기환경 데이터를 비교했다.
연구 결과, 대기질이 표준편차의 한 단위만큼 나빠질 때마다 주식 수익률이 12% 떨어졌다. 예를 들어 뉴욕의 가장 맑은 날부터 가장 지저분한 날까지 대기가 점점 나빠지는 100일 동안 주식 거래를 한다면 75일 차의 S&P500 실적은 25일 차보다 15% 정도 낮게 나왔다. 이런 경향은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서 모두 동일했다.
연구진은 오염물질과 주식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기제를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 첫 번째는 나쁜 공기에 하루만 노출되더라도 사람들의 감정 상태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나쁜 공기는 사람들의 기분을 우울하게 하고 인지능력 역시 떨어뜨린다. 두 번째는 나쁜 공기가 리스크 수용도를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고려했다. 리스크 수용도가 떨어지면 투자자들은 작은 악재에도 주식을 팔게 되고 이는 시장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실제 대기오염과 생산성은 연관성이 높다. 오염이 심한 날은 그렇지 않은 날보다 과수원에서 일하는 농부들의 수확량이 줄어들고 야구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발표된 바 있다. 연구를 주도한 헤이즈 교수는 “전통적인 금융시장 모델에서는 인간 행동과 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최근에는 행동재무학의 영향으로 이러한 요소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금융의 중심인 뉴욕의 공기가 깨끗해지면 주식시장의 작동이 원활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에는 한계도 있다. 변수가 너무 많아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컨대 증시 하락이 단지 대기오염 때문이 아니라 강수량, 온도 등 다른 요인 때문이었을 가능성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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