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경기침체에 시달리던 일본 정부는 관광산업 활성화로 경제성장을 견인하려면 국민의 여가 시간이 확보돼야 한다는 점을 간파했다. 1992년 ‘생활대국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휴가제도 개선을 통한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를 꾀했다.
2000년대 초반엔 국경일을 월요일로 이동시켜 주말을 포함해 사흘 연휴가 가능하도록 한 ‘해피 먼데이’ 제도와 국내 관광이 특정 연휴 기간에 집중되는 것을 막는 휴가 취득 분산제도 등을 도입했다. 봄철 골든위크에 버금가는 가을철 연휴인 실버위크도 개발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도 일본 휴가문화를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원전 가동 중단으로 절전운동이 벌어지면서 사원들에게 1, 2주의 장기 휴가를 권장하는 기업들의 ‘포지티브 오프(positive off)’ 캠페인이 시작됐다. 기업과 학교는 휴가 기간을 맞춰 가족이 여행을 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가족시간 만들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00년대 초반까지 감소세였던 일본의 국내 관광은 2011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현재 일본인의 국내 관광 비율은 93%에 달하며 관광소비액 중 약 87.2%를 국내에서 쓴다. 일본 전역에 수천 개의 온천과 골프장, 각종 테마파크가 완비돼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더라도 알찬 여가를 보낼 수 있다.
프랑스는 1936년 대공황 시절 소비 촉진의 일환으로 ‘유급 바캉스법’이 통과돼 시행되고 있다. 당시 2주였던 유급 휴가 기간은 1956년 3주, 1969년 4주, 1985년 5주로 계속 늘어났고, 대부분의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은 늘어난 휴가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 때문에 7월 중순부터 8월까지 프랑스 파리 내 가게는 빵집이나 약국과 같이 정부에서 휴가 날짜를 배분하는 필수 업종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문을 닫는다. 벨기에에서도 같은 법이 1937년 6월 통과됐다. 전 세계 최단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독일은 연방법에 의해 24일의 유급 휴가제도가 보장돼 있으나 젊은이들은 이보다 긴 30일까지 쓸 수 있다.
대부분의 프랑스인은 휴가 기간 국내에 머문다. 도시에서 번 돈이 지방으로 흐르는 효과도 자연스레 커진다. 1년에 4개월 가까이 되는 아이들의 방학을 위해 ‘콜로니 드 바캉스’라 불리는 일종의 방학캠프도 활성화돼 있다. 매년 100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3만 개가 넘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부모들은 휴가를 떠난다. 프랑스 정부는 국내 휴가를 장려하기 위해 1982년부터 휴가 기간에 할인 혜택을 주는 체크바캉스 제도(ANCV)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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