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97주년/2020 행복원정대/청년에게 희망을]가족은 버팀목이면서 스트레스
‘부모님’과 ‘등록금’ 높은 연관성… 자립 못하는 처지 자책 글 많아
“학교 끝나고 삼각김밥 하나를 입안에 쑤셔 넣으며 과외를 하러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눈물이 나지만 이런 생활을 그만둘 수는 없어요. 부모님이 빚을 내서 용돈을 주시는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너무 힘들어요.”(17일 서울대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에 올라온 글)
동아일보 2020행복원정대 취재팀이 대학생이 주로 이용하는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를 분석한 결과 청년들은 가족과 강한 감정적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을 언급한 게시물은 불행과 관련된 게 많았다. 불행한 감정을 표출한 게시물이 행복 관련 게시물의 10.4배나 됐다. 취업 준비 등으로 ‘자기 앞가림’하기도 벅찬 청년들은 부모님의 빚에 대해 고민하고, 힘든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미안함을 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부모와 관련된 불행감을 언급한 게시물의 상당수는 돈 문제와 관련이 있었다. 가족 관련 게시물에서 중심 단어인 ‘어머니’ ‘아버지’ ‘부모님’은 ‘등록금’과 ‘장학금’이라는 단어와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부모와의 불화로 자존감에 상처를 입은 청년들도 있다. 게시물 중 “취업 시기를 두고 부모님과 자주 다퉈 고민”이라거나 “취업 준비 중인데 부모님의 기대가 스트레스”라는 하소연이 자주 등장했다. 서울의 한 공립대에 다니는 김모 씨(24)는 “부모님이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볼 때면 ‘나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가 얼마나 좋은 아들인가’라고 고민하곤 한다”고 말했다.
“대2병(대학교 2학년 때 방황한다는 뜻)에 걸려 앞날이 불안한 차에 오늘은 항상 저를 아껴주시는 어머니께 신경질을 내서 상처를 입혔다. 죄송한 마음에 눈물을 쏟았다.”(지난해 6월 서울대 대나무숲의 게시글)
청년들은 가족들에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부모나 형제자매에게 부담을 주는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다.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친밀하게 알고 지낸 사람에게 양가감정(兩價感情·특정인이나 사물에 대해 동시에 발생하는 모순된 감정)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어려운 사회 상황에서 청년들이 가족에게 의존하는 동시에 책임감도 함께 느끼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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