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자존심 회복이라는 특명을 부여한 만큼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선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갤럭시 S8이 호평을 받고 있고 반도체 시장 호황이 지속되면서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1분기(1∼3월)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8 제품 공개 하루 만인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AT&T, 버라이즌, T모바일 등 미국 주요 이동통신사들을 통해 사전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통신사별 가격은 S8이 720∼750달러(약 81만∼84만 원), S8플러스는 840∼850달러(약 94만∼95만 원)다. 국내 가격은 미국에서 부과하지 않는 부가가치세 10%를 더해야 한다.
갤럭시 S8 공식 출시일은 3주 후인 이달 21일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7의 경우 지난해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서 공개한 뒤 2주가 지나 예약 판매에 들어갔다.
지난해 10월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로 삼성전자가 제품 안전 공정을 강화하면서 갤럭시 S8 출시는 예년보다 한 달 늦춰졌다. 삼성전자는 신제품을 기다리다 지친 고객들을 한 명이라도 더 붙잡기 위해 예약 판매를 앞당겼다. 이달 7일 예약 접수를 하는 국내에서 전국 3500여 개 사전체험존을 통한 분위기 몰이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초기 판매량이 전체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밴드왜건 효과’를 노린 전략이다.
갤럭시 S8 시리즈에 대한 반응은 일단 뜨겁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리코드는 “(삼성이) 디자인 강자 애플을 추격자로 만들었다”며 전면을 가득 채운 인피니티 디스플레이와 홈버튼을 없앤 디자인을 높게 평가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의 웨인 램 이사는 “갤럭시 S8은 올해 스마트폰 혁신을 위한 ‘슈퍼 사이클’의 시작을 알렸다”고 치켜세웠다.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삼성전자의 실적 상승을 내다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3개 증권사의 삼성전자 1분기 실적 추정치(평균)는 매출액 55조7809억 원, 영업이익 11조5407억 원이다. 영업이익 전망치는 역대 최고치였던 2013년 3분기(7∼9월) 10조1600억 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갤럭시 S8 시리즈의 연간 판매량이 최대 6000만 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2분기(4∼6월) 실적 상승도 기대된다. 갤럭시 S7과 S7엣지는 출시된 후 1년간 약 5000만 대가 팔렸다.
반도체 사업은 올해도 삼성전자의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성장률 전망치를 5%에서 11%로 올려 잡았다. 삼성전자가 시장점유율 1위인 D램(48.0%)과 낸드플래시(35.4%) 판매는 각각 39%, 2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8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모바일칩도 공급하고 있어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선전도 전망된다.
국내 증권사들이 내놓은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 평균치는 현재 245만 원이다. 외국계 증권사인 맥쿼리증권은 290만 원을, JP모건은 270만 원을 각각 제시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31일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전날보다 1.86% 떨어진 206만 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만 14.3%나 오른 삼성전자 주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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