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세명기업]자타공인 ‘기술명가’…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도 ‘러브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3일 03시 00분


경북 경산시에 위치한 ㈜세명기업(대표 오유인)은 자동차부품(방진고무·고무호스) 생산업체로 국내 차량 브랜드뿐만 아니라 글로벌 브랜드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자타공인 기술명가다. 최근 쌍용차가 부품협력사를 초대하는 자리에서 협동회 회장사로 초대받아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여기에 선진국의 주요 차량브랜드 뿐만 아니라 성장잠재력이 높은 동남아지역에 앞서 진출하면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더 높이고 있다. 이는 모두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세명기업은 1975년 공장 설립 후 창의적인 기업경영과 꾸준한 기술 연구·개발(R&D)에 나서면서 오늘날 매출액이 1000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고용 인원도 250여 명에 달한다. 이 회사는 수출 분야에서 남다른 강점을 보이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수출액이 2454만 달러에 달한다. 전체 매출 중에서 37%가량은 해외 수출을 통해서 거둬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열악한 경제 환경과 글로벌 시장침체 분위기 속에서 거둔 쾌거라서 의미가 남다르다. 성장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경제까지 활성화한 공을 인정받으면서 경북지역의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오 대표는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열정으로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것만이 기업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역설한다. 나날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품질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신념이 누구보다 확고하다. 기술연구소를 설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식재산권과 특허, 디자인, 실용실안 등록에 집중하면서 기업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기업만의 남다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설계와 해석기술, 생산기술, 배합기술 등을 보유하면서 기업의 가치 또한 나날이 높아졌다. 또한 협업과 소통의 경영이념을 통해 임직원 만족도를 높인 점도 특징이다. 매 분기 노사협의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소통을 강화해온 것. 노사분규에 앞서 대화하는 기업문화가 자리잡았다. 직원복지를 강화해 직원 자녀들에게 대학까지 학비 보조는 물론 아파트형기숙사도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매년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에 위탁교육을 실시해 급변하는 환경에 적극 대처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오 대표는 세명기업 외에도 제일연마공업을 진두지휘하면서 기업 성장을 이끌고 있다. 제일연마공업은 흔히 연삭숫돌이라고 불리는 그라인딩 휠 분야에서 국내 1위를 지켜온 독보적인 기업이다. 그가 이끌고 있는 두 기업은 과감하고도 지속적인 R&D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제일연마공업은 1979년 중소기업 우선육성업체, 1982년 우량중소기업으로 지정되면서 될성부른 떡잎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1985년에는 유망 중소기업으로 선정됐고, 1988년 현대중공업의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한 티큐시(TQC) 우수업체상을 받으면서 기술명가로서 대내외에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1990년대부터 일본 미쓰이연삭㈜과 기술 제휴를 맺으면서 기술력 확보에 시동을 걸었고, 1993년에는 기업 발전의 원동력으로 꼽히는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자체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1955년부터 이어져온 가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원동력도 바로 기술이었다. 개발성과를 통해 우리 기술력으로 연삭숫돌을 대체하면서 사회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제는 수출에 나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비교적 이른 시기에 기술연구소 설립에 나선 결과, 수요자의 요구에 맞춰 계속해서 신제품을 개발해낼 수 있는 역량까지 확보하고 있다. 연구 없이 빠른 추격자 전략만 내세우는 여느 중소기업 입장에서 참고할 만한 모범사례인 셈이다.

최근엔 제일연마공업이 자회사인 금성연마공업(대표 신용식)과의 협력을 통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국내 연마석 시장에서 공고한 지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협력과 상호 지원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사업다각화 전략 등을 고민하면서 기존 기술을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명기업과 제일연마공업, 금성연마공업 모두 지역사회에 단단히 뿌리를 내린 기업으로,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제 목소리를 내는 기업들로 꼽힌다. 정부기관에 바라는 정책개선 사항을 묻는 질문에 이들 기업은 근로시간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고용유연성을 확보해줄 것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실정에 맞는 규제환경 조성을 세밀히 검토해달라는 제언이다. 기업 활동이 원활해야 국가재정이 건강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모범납세자 포상(동탑산업훈장)을 받은 바 있는 오 대표는 기업 활동이 국가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며, 기업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국력도 커진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이들 회사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 등을 고민하는 가운데 기술투자를 이어가면서 기술명가의 자존심을 계속 지켜가겠다”고 밝혔다.

“끈기와 장인정신이 성공으로 이끌어” / 오유인 ㈜세명기업 대표 인터뷰

“우리 청년층이 도전정신과 끈기를 잃은 것처럼 보여 안타깝습니다.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려는 절박한 마음가짐, 장인정신이 필요합니다.”

세명기업과 제일연마공업을 이끄는 오유인 대표(사진)는 ‘끈기’의 기업인으로 통한다. 누구나 끈기를 가지고 자기 일에 집중하면 장인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오 대표는 국내 수출기업과 기술중심 강소기업을 대표하는 기업인이다. 국내 중심 기업을 어엿한 수출기업으로 길러낸 배경에는 그의 남다른 집중력과 끈기가 있었다는 평가다.

대구 계성고와 한양대를 졸업한 오 대표는 기업경영을 맡은 이래 대내적으로는 기술경영이라는 기조에서 한 번도 벗어나 본 적이 없다.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에도 기술에 대한 투자를 거두지 않고 끈기 있게 지속한 결과가 오늘날 수출중심 기업이라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끈기에 더해 시장을 보는 통찰력을 가진 기업인으로 일컬어진다. 경북·대구지역 무역상사 등 기업에서 조언을 얻기 위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지역 무역상사협의회 등에선 중역이자 큰어른으로 대접하는 분위기도 보인다.

신시장을 바라보는 그의 머릿속이 최근들어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근 그는 무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며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무역상사협의회를 주축으로 인도네시아 진출 물꼬를 튼 것도 오 대표였다.

1955년 농기구와 톱날을 갈며 연마재 국산화의 꿈을 키워온 부친 고 오일용 회장의 가업을 이어받아 제일연마를 글로벌 톱5 기업으로 성장시킨 그는 우리 사회의 성공한 2세 경영인으로 언급된다. 오 대표는 “국내 기간산업을 지켜야한다는 일념으로 끈기 있게 버텨내는 동시에 기술투자에 나섰던 점이 오늘날의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민식 기자 mskim@donga.com
#세명기업#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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