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회사채 투자자 설득도 난항인데…
모든 채권자들에게 동의서 받아야… 키맨인 우정사업본부 결정 미뤄
다른 기관도 “고객 동의 미지수”
대우조선해양과 채권단이 대우조선 기업어음(CP)을 보유한 우정사업본부 등의 기관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정상화 방안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설득에 나섰다. 대우조선 발행 CP의 약 3분의 1을 쥐고 있는 우본의 결정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우본 측은 “구체적인 자료가 없어 입장을 정하기 곤란하다”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 국민연금 등 회사채 투자자 설득에 난항을 겪는 대우조선과 채권단은 ‘CP 출자전환’이라는 또 다른 난제도 안게 됐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우조선과 채권단은 최근 대우조선 CP를 보유한 기관 명단을 모두 파악하고 일대일 설득에 나섰다. 대우조선이 발행한 CP는 총 2000억 원으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에 100억 원 단위로 팔려 나갔다. 일부 금융사들은 우본 등과 같이 여유 자금을 굴리려는 법인투자자 등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이를 운용하고 있다.
우본이 단일 투자자 중 가장 많은 700억 원어치의 대우조선 CP를 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동부증권과 KB증권이 각각 200억 원, 부산은행과 유안타증권이 각각 100억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교보증권과 SK증권은 신탁 형태로 100억 원어치의 CP를 운용 중이다. KB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등도 100억∼200억 원 규모의 CP를 운용한다.
금융권은 대우조선 CP 발행 규모가 회사채(1조3500억 원)보다 작지만, 동의를 얻기는 더 까다로울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채는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가결 요건(전체 채권액의 3분의 1 출석, 출석 채권액의 3분의 2 동의 등)을 만족하면 된다. 반면, CP는 사채권자 집회가 열리는 17일 전까지 모든 채권자들에게 일일이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1명이라도 ‘50% 출자전환, 나머지는 만기 3년 연장’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대우조선은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우본 측은 “근거가 부족해 대우조선 측에 추가 자료를 요구했으나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우본은 다음 주 우체국금융투자심의회를 열고 채무 조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A기관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를 모르고 CP를 샀기 때문에 출자전환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고객 자금을 굴리는 회사들이다. 금융사들이 신탁 형태로 CP를 굴리고 있는 경우 실제 돈을 투자한 전주(錢主)에게 일일이 동의를 받아야 한다. B기관 관계자는 “산은의 감자(減資)와 같은 고통 분담이 없는데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안으라고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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