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티로프라이스’사의 펀드매니저 와이엇 리 부사장이 ‘타깃데이트펀드(TDF)’의 운용 목표와 전략 등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제공
“연금펀드는 10년 이상 한 그루의 나무를 키우는 것과 같습니다. 태풍 한두 번을 겪어도 쓰러지지 않는 튼튼한 펀드가 ‘타깃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TDF)’입니다.”
미국 볼티모어에서 날아온 ‘티로프라이스(T.Rowe Price)’사의 펀드매니저 와이엇 리 부사장은 시종일관 신중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투자신탁운용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리 부사장은 질문에 대해 오랜 시간 생각한 뒤 천천히 말했다. 정확하고 확실한 언어를 선호하는 성격이 리 부사장이 대표 펀드매니저로 있는 TDF에 반영돼 있었다.
리 부사장이 꼽은 TDF의 매력은 ‘올인원(All in one) 솔루션’이다. 또 소중한 노후자금을 장기간 방치했다가 수익률을 높일 기회를 잃고, 심지어 원금을 까먹는 경우도 적지 않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 리 부사장은 “생업에 종사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자신의 퇴직연금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고, 행동심리학적으로 봐도 일반인들은 2개 이상 상품의 수익률을 동시에 관리할 때 평균 수익률을 깎아먹는 쪽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TDF를 통해 일반인들의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고, 평균 수익률을 낮추는 선택의 오류를 교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TDF가 소개된 건 지난해부터다. 은퇴 시점(Target Date)을 정해주면 그때를 기준으로 펀드가 알아서 계획을 세우고 자산을 운용하는 방식의 금융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미국 캐피털그룹과 손잡고 ‘한국형 TDF’를 내놨으며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올해 3월부터 ‘한국투자TDF 알아서 펀드 시리즈’를 판매하고 있다.
리 부사장은 투자 주기가 짧고, 단타 투자를 선호하는 한국의 투자 문화도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003년 미국에서 TDF가 첫선을 보였을 때 투자자들은 반신반의했지만 장기 투자로 만족할 만한 수익이 난다는 걸 확인하면서 퇴직연금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TDF 시장 규모는 2016년 말 기준 1조600억 달러(약 1187조 원)에 이르며 2020년에는 배가 넘는 2조3020억 달러(약 2578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인공지능(AI)이 단기 성과는 뛰어날지 몰라도, 통찰력과 혁신에 대한 영감은 부족하다”며 “특히 장기 투자가 필요한 상품들일수록 인간 펀드매니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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