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경력 없어도 OK… ‘엔지니어 모시기’ 총력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5일 03시 00분


[4차 산업혁명의 길을 묻다]신한은행, IBM 출신 전문가 채용
현대카드, NASA 경력 임원 영입
신입사원 이공계 비중도 점점 늘어

인터넷전문은행이 이달 3일 출범해 ‘무점포 은행시대’가 열렸다. 금융권에 ‘핀테크(기술 금융)’ 바람도 거세지고 있다. 모바일로 은행 업무를 보는 사람이 크게 늘면서 은행 지점도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이 변화를 이끄는 것이 금융권에 수혈되고 있는 핀테크 인력들이다.

은행과 은행끼리의 인력 이동조차 거의 없던 은행권에도 정보기술(IT) 회사 출신의 인재들이 속속 영입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IBM 출신 IT 전문가를 경력직으로 뽑아 디지털과 연구개발(R&D) 분야를 맡겼다. 우리은행도 넥슨과 안랩의 IT 전문가들을 행원으로 채용했다. NH농협은행도 디지털 분야 계약직을 6명에서 지난해 17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이 이제는 핵심 경쟁력이기 때문에 업계에서 ‘인재 영입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에서도 IT 전문가 모시기가 한창이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말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야후 등에서 일한 오승필 씨를 디지털사업본부장으로 영입했다. 금융권 경력이 없는 엔지니어 출신을 임원으로 영입해 주목을 받았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오 씨의 영입을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는 개발자들의 창의적 업무 환경을 위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중심의 직무 그룹도 신설했다. IT 스타트업들처럼 의무근무 시간(오전 10시∼오후 4시)을 정했다. 이 외에 3시간은 선택해 일할 수 있게 했다. 신한카드는 올해 1월 인공지능(AI)팀을 신설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디지털 분야 연구원과 이공계 출신들이 팀에 많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신입행원 중 이공계 비중도 늘어나는 추세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전체 신입사원(140명) 중 38.6%인 54명을 이공계 출신으로 뽑았다. 전년(25.8%)보다 채용 비중을 늘렸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서 전년보다 이공계 채용 비중을 10%포인트 높였다. 그 결과 이공계와 IT 전공자가 합격자의 30.7%를 차지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서 신입행원의 30.0%를 이공계 출신으로 채웠다.

이 같은 금융권의 이공계 인재 모시기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IT 회사들도 간편 결제 서비스 등을 내놓으며 업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많은 디지털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향후 전혀 다른 서비스가 또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디지털 관련 기술 개발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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