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Trend]신호등 정보 미리 받아 속도조절… 안전 높이고 연료소비 줄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5일 03시 00분


현대車-KT, 커넥티드카 공동연구

경기 의왕시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이뤄진 커넥티드카 주행에서 시험 차량이 창 너머로 보이는 앞차의 주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신하고 있다. 신호등과 가까워지자 모니터 왼쪽에는 신호등까지의 거리와 녹색 신호로 바뀔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표시됐다. 
현대자동차 제공
경기 의왕시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이뤄진 커넥티드카 주행에서 시험 차량이 창 너머로 보이는 앞차의 주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신하고 있다. 신호등과 가까워지자 모니터 왼쪽에는 신호등까지의 거리와 녹색 신호로 바뀔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표시됐다. 현대자동차 제공
3일 경기 의왕시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이뤄진 커넥티드카 시험 주행 현장. 전용 통신망을 통해 앞차 쏘울과 뒤차 아이오닉이 연결됐다. 아이오닉 조수석에 앉자 앞 모니터에는 쏘울의 상태가 표시됐다. 브레이크등이 켜진 모습.

쏘울이 운행을 시작하자 모니터에서도 쏘울의 브레이크등이 꺼지면서 운행 경로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앞차의 속도는 실시간으로 뒤차 모니터에 나타났다.

차가 신호등과 가까워지자 모니터에는 자동차와 신호등까지의 거리가 표시됐다. 또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기까지 몇 초가 남았는지 보여줬다. 운전석에 앉은 권형근 현대자동차그룹 지능형안전연구팀장은 “신호등의 위치와 점멸 정보를 자동차가 알면 속도를 미리 조절해 연료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망을 기반으로 자동차와 자동차, 신호등 같은 교통 인프라와 자동차 그리고 자동차와 집 등이 정보를 주고받는 시스템을 갖춘 차가 커넥티드카다. 앞으로 자율주행 자동차들이 도로를 안전하게 다니려면 커넥티드카 기술이 필수적이다. 접촉 사고나 도로 끊김 같은 도로 위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을 인지하고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자율주행차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커넥티드카로 진화해야 한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부터 KT와 협력해 기술연구소에서 커넥티드카를 시험 운행 중이다. 시험 주행 현장이 언론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커넥티드카 기술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자율주행차를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기술연구소에서 시험 주행 중인 아이오닉이 우측 방향 지시등을 켰을 때 갑자기 경보음이 울렸다. 모니터에는 쏘울이 오른쪽에서 다가오고 있는 게 보였다. 쏘울이 얼마의 속도로 어떤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지 아이오닉에 알렸기 때문에 아이오닉이 충돌 위험을 감지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자율주행차는 카메라, 레이더 그리고 레이저 레이더로 불리는 라이더 등 센서를 통해 주변 사물을 인지한다. 레이더는 주변에 전파를 쏴서, 라이더는 레이저를 쏴서 돌아오는 속도를 측정해 사물의 형태를 파악한다. 커넥티드카들은 주행 정보를 미리 주고받기 때문에 센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더라도 충돌을 방지할 수 있다.

커넥티드카의 또 하나의 핵심 기술은 군집 주행이다. 아이오닉을 자율주행 모드로 전환하자 앞차인 쏘울을 그대로 따라 갔다. 앞차와 5m 간격을 유지하면서 똑같은 속도와 궤적으로 주행했다. 군집 주행은 불필요한 급제동과 급출발 없이 여러 차량이 하나처럼 움직이므로 연료를 아끼고 운전자의 피로도도 줄일 수 있다.

커넥티드카는 통신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통신회사들도 적극적으로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커넥티드카 실현을 위해서는 정보의 송수신이 실시간으로 이뤄져야 하므로 초저지연·초고속 통신망인 5세대(5G) 기술이 필요하다. 박상우 KT 5G 태스크포스 인프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존 통신망에서는 데이터가 중앙 서버를 거쳐 전달되는 형태였다면 5G는 자동차끼리 또는 자동차와 다른 주체가 직접 데이터를 주고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BMW와 손잡고 지난해 11월 5G 시험망을 기반으로 한 커넥티드카를 시연했다. 통신회사들이 커넥티드카 기술에 주목하는 것은 다양한 부가 사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주변 식당의 할인 정보를 제공하거나 맛집을 추천하고 그곳으로 데려가는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현대차가 2017 서울모터쇼에서 자동차가 생활의 중심이 되는 ‘카 투 라이프(Car to Life)’를 주제로 커넥티드카의 청사진을 밝힌 것도 그런 전망에 기반한다. 미래 커넥티드카 시스템에서는 스마트폰을 통해 집 앞으로 차를 부르고 차에 탑승해서는 집 안 폐쇄회로(CC)TV를 연결해 애완견의 상태를 살핀 후 음악을 틀어주는 식이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 및 솔루션 기업인 시스코와 커넥티드카 개발을 협력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올해 1월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세계적 반도체업체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을 만난 것도 커넥티드카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란 평가다. 현대차는 다음 달 의왕시의 약 20km 실제 도로에서 커넥티드카를 시험 주행할 계획이다.

의왕=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현대자동차#kt#커넥티드카#공동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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