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연 17조 손실 내는 망국적 ‘공시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6일 00시 00분


지난해 25만7000명에 이른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초래한 순손실이 연간 17조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어제 내놓은 ‘공시의 경제적 영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공시생이 일을 하지 않아 우리 사회에 끼친 전체 손실은 약 22조 원, 학원비 소비 등으로 사회에 준 이익은 약 5조 원이었다. 취업준비생뿐 아니라 중소기업에 취직한 사회초년생이 고시학원을 계속 다니고, 9급으로 들어간 하위 공무원까지 7급 이상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 공화국’의 현주소다.

청년들이 공무원시험에 몰리는 것은 공무원집단이 갖고 있는 안정성과 특권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정년 보장과 공무원연금으로 노후를 걱정 없이 보낼 수 있는 데다 공직 자체가 사회적 권위까지 보장한다는 편견이 이들을 지배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신분에 따른 격차가 큰 데다 성장의 사다리가 끊어진 민간 기업에 자신의 미래를 투자할 수 없다는 게 청년들의 생각이다.

전체 경제에서 공공부문은 재정으로 민간을 지원하는 보조바퀴일 뿐 새로운 부가가치를 주도적으로 만들어내지 못한다. 청년 인재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민간기업을 외면하고 공시에 빠져 있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공무원집단만 비대해지는 사회는 국가부채로 근근이 버티다가 잠재성장률이 급락하며 무너질 수밖에 없다. 공무원 수 확대로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도, 저성장의 굴레를 벗어날 수도 없다. 일자리 창출의 핵심은 민간이어야 한다.
#공무원시험#공시#일자리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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