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보장” 사탕발림
교육비 500만원, 교육 달랑 6시간… “실제 수익, 본사 예상치의 25%” 울상
과장광고 10월부터 ‘징벌적 손배제’
뜬다 싶으면… 유사업체 난립
외식 프랜차이즈 ‘생명’ 평균 5년… 도소매-서비스보다 2년 이상 짧아
지난해 11월 A 씨는 서울에 돈가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냈다. 모은 돈에 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1억 원을 몽땅 투자했다. 모든 자영업자가 그렇듯 A 씨도 대박을 꿈꿨다. 그러나 불과 4개월 후 대박의 꿈은 쪽박이 될 처지에 놓였다. 개업 초기 드문드문 찾던 손님의 발길은 최근 거의 끊겼다. TV와 본사 홍보물에서 본 ‘성공신화’는 없었다. A 씨는 “이름값과 광고 내용만 믿고 더 꼼꼼히 따지지 않은 게 후회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프랜차이즈 ‘버블’(거품)이 심각하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가 유행을 타고 등장했다가 사라지지만 최근 그 주기가 1년이 안 될 정도로 짧아지고 있다. 특히 ‘먹방’(먹는 방송) ‘쿡방’(요리 방송) 열풍을 등에 업은 외식 프랜차이즈 분야가 심하다. ‘핫한 아이템’ ‘한 방에 대박’이라는 광고에 비싼 가맹비를 내고 점포를 연 업주들만 피해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의 거품을 걷어내지 못하면 자영업 생태계가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 1년도 못 가는 ‘반짝 인기’
A 씨가 돈가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내기로 마음먹은 건 창업 관련 온라인 카페에서 본 모집 광고 탓이다. 한 방송의 맛집 프로그램에서 유명 요리연구가가 “돈가스 맛이 환상이다”라고 추천한 곳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본사는 A 씨에게 “하루 매출 330만 원을 보장한다”고 말했다.
1억 원가량을 쏟아부어 가게를 열었다. 당초 계획보다 2배가량 큰 110m² 규모의 점포를 얻었다. 좌석도 55개나 마련했다. 하지만 회사의 지원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교육비 500만 원을 냈지만 이틀 동안 6시간 교육이 전부였다. 조리법이나 재료도 ‘비법’과 거리가 멀었다. A 씨의 가게는 점심시간에도 테이블의 절반을 채우지 못했다. 수익은 본사가 예상한 액수의 25% 수준이었다.
본보 취재진은 6일 외식 프랜차이즈 본사 5곳에 전화를 걸어 창업 상담을 요청했다. 상담은 본사 직원 대신 가맹계약을 체결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영업대행 컨설턴트’가 주로 진행했다. 이들에게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TV에서 보고 왔다면 일단 안심해도 된다.”
이들의 대답은 판에 박은 듯 같았다. 적절한 매장 크기를 추천해 달라고 하자 “매장과 초기 투자는 클수록 좋다”는 말을 내놓았다. 이어 가맹점 수십 곳의 성공신화를 장황하게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버블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빙수 전문점 ‘캔모아’는 과일빙수와 바삭한 토스트로 2000년대 초반 10, 20대에게 인기를 끌었지만 현재는 매장이 전국 20곳에 불과할 정도로 찾아보기 힘들다. 달달한 번(bun) 빵으로 인기를 끌었던 베이커리 전문점 ‘로티보이’는 한때 매장이 200개를 넘었지만 창업 5년 만인 2012년 부도 처리됐다. 2014∼2016년 등장한 망치로 부숴 먹는 독일과자 ‘슈니발렌’, 일본 오사카의 명물인 크림 롤케이크 ‘도지마롤’, 대만식 ‘대왕카스테라’ 등의 인기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꺾였다.
프랜차이즈 버블의 원인 중 하나는 ‘카피’ 브랜드의 출현이다. 꽈배기 모양의 ‘스트릿츄러스’, 저가 주스 ‘쥬씨’가 인기를 끌자 유사업체가 5∼10개 생겼다. 벌꿀 아이스크림 업체 ‘소프트리’는 후발 업체가 자사의 디자인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걸었지만 지난해 대법원은 베낀 것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벌꿀 아이스크림은 단순 아이디어 차원의 상품이므로 부정 경쟁행위의 보호 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 하루에 사라지는 프랜차이즈가 2.4개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프랜차이즈 사업체는 1308개가 새로 생겼고, 이의 절반이 넘는 867개가 없어졌다. 하루 평균 3.6개가 생기고 2.4개가 사라진 셈이다. 가장 보편적인 외식 프랜차이즈의 평균 영업기간은 5년 3개월에 불과하다. 도소매(9년 7개월), 서비스(8년)와 비교해 2년 이상 짧았다.
사업 철수 방해와 판촉비용 강요 등 본사의 ‘갑질’도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지난해 공정위는 190건의 가맹사업법 위반 사건을 제재했다. 1년 새 제재 건수가 50% 넘게 증가했다. 2015년에만 전국적으로 프랜차이즈 식당 1만3200여 곳이 문을 닫는 등 업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본사들의 불공정 행위도 급증했다.
초보자를 대상으로 ‘떴다방식’으로 운영되는 프랜차이즈도 주의해야 한다. 어느 정도 가맹점을 모집하면 관리는 뒷전으로 미룬 채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개설하는 것이다. 이들은 가맹점과의 상생을 무시한 채 가맹비 확보에만 매달린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올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된다. 과장된 정보로 가맹점주에게 피해를 준 본사에 피해액의 최대 3배를 물리는 제도다. 그동안 음식점을 중심으로 만연했던 프랜차이즈 본사의 부당행위를 크게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프랜차이즈 시스템 구축 전문가인 서민교 맥세스컨설팅 대표는 “프랜차이즈 사업자가 직영점을 1년간 운영한 실적을 바탕으로 인증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가맹점을 차릴 수 있는 미국 시스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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