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기업지배구조 개선, 시장이 답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0일 03시 00분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2016년 국회에 상정된 개정 상법안이 다시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주요 대선 후보들이 상법 개정을 주요 공약으로 삼아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외치고 있다.

본래 상법은 민법과 같은 순수한 사법(私法)으로 ‘거래의 안전 보호’와 ‘기업의 유지 강화’를 그 이념으로 한다. 그런데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규제법적 요소가 너무 많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면 상법의 순수성이 크게 훼손된다. 회사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자본 다수결 원칙이라는 자본주의의 근본 가치에 위배되는 내용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주주제안권과 집중투표, 감사위원 분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시 3% 의결권 제한 제도가 결합되면 기업의 이사회는 펀드와 기관투자가들의 지배를 받을 것이 확실하다. 주주제안권 외에는 외국에서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제도이거나 실효성이 없는 제도이기 때문에 더욱 기가 막힌다.

현대 기업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은 필수적이다. 그래서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도 29명의 이사 수를 최근 9명으로 확 줄였다. 역시 “더 빨리 결정하기 위한 조직 개편”이라는 이유다. 이사회에 펀드들의 대표와 근로자 대표를 넣으라는 것이 감사위원 분리 선임을 비롯한 상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이와 같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대표를 참여시키면 이해관계의 충돌로 의사결정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이들 대표가 경영에 정통한 전문가라는 보장도 없다. 그렇게 되면 기업은 이사회 자체를 회피하게 된다. 기업의 집행부가 망가지는 것이다.

특히 근로자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이사회 진출을 의무화하려는 것은 이미 노동이사제를 도입한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최근 이 제도를 자진 축소 또는 폐지하는 추세인 것과 상반되는 것이다.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것이 민주화라는 주장이 옳다고 해도 현재의 개정안으로서는 소액주주를 전혀 보호해 주지 못한다. 실제 소액주주는 지배구조에 관심이 없고, 지배구조를 바꿀 만한 힘이 없으며 세력화하기도 어렵다. 결국 힘 있는 각종 펀드, 기관투자가 및 주주행동주의자들(shareholder activists)만 득세하게 될 것이다.

지배구조는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열쇠다.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일률적 강제적 지배구조 개편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잘못된 지배구조의 도입으로 기업이 타격을 받는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좋은 기업지배구조란 기업의 성장과 생존에 가장 유리한 구조를 말한다. 부가가치를 더 많이 생산해 내고,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구조가 바로 그런 구조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상의가 얼마 전 정치권에 전달한 ‘제19대 대선 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문’에서 제시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행 기업지배구조 관련 제도는 이미 선진국 수준이거나 그 이상이며, 시장의 견제와 감시 역할을 통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하자는 경제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지금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여 차세대 생존전략을 위한 방향 탐색으로 초긴장 상태에 있다. 한국 경제가 이 기회에 앞으로 나아가려면 기업에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자유를 줘야 한다. 지배구조 문제로 기업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 갈 길이 바쁘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경제민주화#기업지배구조#개선#시장#소액주주#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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