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일자리를!] 전국 대학 47곳-고시촌서 만난 청년들의 목소리
“기성세대가 직접 구직해 보시든지”… ‘청년 앵그리보드’에 항변 쏟아져
“여기다 욕 써도 돼요?”
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교정에서 ‘노력을 더 하라는 기성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써 달라고 하자 한 학생이 단박에 이렇게 되물었다. 3분을 망설이던 이 학생은 욕 대신 결국 ‘노력하는 법부터 제대로 가르쳐 주시죠’라고 썼다.
자신을 지금의 처지로 몰아넣은 기성세대와 사회에 대한 울분. 희망을 얘기하지만 그 뒤에 확실하게 도사리고 있는 불안감. 갈 곳이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 곳이나 갔다간 더 절망할 것이라는 위기감.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청년 일자리’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전국 47개 대학 재학생 및 졸업생, 고졸 직업훈련생, 고시촌 청년에게서 느낀 것들이다. 취업에 관한 여러 가지 질문의 답을 직접 받아 본 화이트보드를 통해서도 청년들의 목소리를 ‘날것’으로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의 분노가 담긴 이 보드에는 ‘청년 앵그리보드’란 이름을 붙였다.
서울대부터 소규모 지방 사립대까지. 1100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며 만난 청년 모두 일자리 없는 시대 속 고민을 안고 있었다.
‘노력하면 된다.’ 기성세대가 보물단지처럼 끌어안고 있는 믿음이다. 또 이들에게는 실제로 작동했고 가능했던 원리다. 하지만 서울대에서 만난 청년처럼 많은 이들이 이 말 앞에 울분을 토해냈다. ‘답답하면 직접 노오력(‘더 노력하라’는 기성세대를 비꼬는 말) 해 보시는 게?’ ‘지금을 만든 분들은 기성세대인, 그대들입니다!’ ‘그때랑 달라요!’ ‘똥 싸는 놈 따로 치우는 놈 따로.’ ‘댁들이 명퇴하면 우리 일자리 생김.’
질문에 대한 2017년 오늘 대한민국 곳곳의 청년들 항변은 거칠었다. 이유는 분명하다. 일자리 부족의 근본 원인에 대한 현실적 진단은 외면한 채 ‘너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다그치는 건 해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순헌관 앞에 청년보드를 세우고 “‘청년 일자리’ 하면 떠오르는 말”이라는 질문을 붙여 봤다. 발길을 멈춘 학생들이 즉흥적으로 혹은 고민 끝에 답을 썼다. ‘없다’ ‘가뭄’ ‘불황’ ‘암울’ ‘불합격’ ‘바늘구멍’처럼 부정적인 단어들이 차례로 보드를 채웠다. ‘이민 가자’라는 답변에는 누군가가 동그라미를 치고 별까지 그렸다. ‘건물주로 살고 싶다’는 답도 나왔다. 56개의 대답 중에 희망을 담은 말은 단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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