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클라크슨리서치 보고서
“보호무역 움직임에 물동량 하락”… 내년이후 선박발주량 하향 조정
대우조선 정상화에 악영향 우려
글로벌 수주 불황으로 한국 조선업계가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업황 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왔다. 대우조선해양을 정상화시킨 다음 업황이 좋아지는 2018년 이후 매각하겠다는 정부 방안의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영국의 조선·해운전문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는 최근 발간한 ‘2017∼2029년 조선업 발주 전망’ 보고서에서 2018년 이후 선박 발주량 예상치를 6개월 만에 하향 조정했다. 2018년 선박 발주량은 2560만 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로 지난해 9월에 발표했던 전망치(2950만 CGT)보다 390만 CGT 줄었다. 2019∼2021년 전망치도 매년 10% 안팎씩 하향 조정했다. 그만큼 시장이 천천히 회복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은 것이다.
다만 올해 예상 발주량은 지난해 9월에 예측했던 2050만 CGT에서 2140만 CGT로 소폭 올려 잡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발주와 관련한 문의나 움직임이 지난해보다 더 늘어난 것은 맞지만 실제 발주까지 이어지는 것은 드물다. 선주사들이 선가 하락 추이를 지켜보며 발주 시기를 미루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등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도 물동량 하락으로 이어져 컨테이너선 발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들이 지연되면서 LNG선과 액화석유가스(LPG)선의 발주 전망치도 당초보다 하향 조정됐다. 가스선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한국 조선 ‘빅3’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정부는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안을 추진하면서 2018년부터 조선 시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클라크슨리서치의 전망치를 토대로 삼았다. 하지만 지난해 9월에 이어 올해 3월 보고서까지 클라크슨리서치가 잇따라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여전히 낙관적인 전망을 고수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가장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정부가 시장을 낙관적으로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의 기본전제가 틀어지면 정상화 방안도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한국 조선업의 구조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미뤄지는 모습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조선업의 불확실성으로 비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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