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기 기자의 머니 레시피]해외채권 ‘러·브·사·인’ 주목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1일 03시 00분


올해 유망한 신흥국 채권


신민기 기자
신민기 기자
“목돈은 은행에 딱 박아두는 것이 젤로 안전하당께. 금리가 쪼께 떨어져서 15%밖에 안 되지만 그래도 따박따박 이자 나오고 은행만큼 안전한 곳이 없재.”

“아파트 하나 사이소. 강남에서 잘나가는 그 뭐라 카더라? 은마아파트! 그거 5000만 원 한다카데예.”

1980년대 후반이 배경인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당시 재테크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나옵니다. 바둑천재 택이의 우승 상금 5000만 원에 대해 동네 어른들은 알고 있는 온갖 재테크 상식을 총동원해 ‘은행 예금을 하라’거나 ‘은마아파트에 투자하라’고 훈수를 둡니다. 현재 연 1%대인 은행 예금금리가 15%대이고, 10억 원을 훌쩍 넘긴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 한 채가 5000만 원일 때였으니까요. 30여 년 전 자고 일어나면 키가 한 뼘씩 자라듯 무섭게 경제가 성장하던 한국처럼 급성장하는 신흥국에서도 정도는 다르지만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 4국4색 ‘러·브·사·인’ 채권

증권사들은 올해 신흥국 채권 중 ‘러·브·사·인’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국채를 일컫는 말입니다. 러시아는 유가 상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정책적 수혜가 예상됩니다. 올해 기준금리 인하도 예상됩니다.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이 올라 채권 투자 매력이 커집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글로벌크레딧 팀장은 “러시아는 지난 3년여간 저유가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잘 버텼다. 장기적으로 경제 회복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합니다. 현재 러시아 국채 수익률은 7%대 후반입니다.

지난해 무려 70% 이상의 연 수익을 안겨줬던 브라질 채권에 올라타지 못해 뒤늦게 땅을 친 투자자가 많습니다. 신 팀장은 “브라질에서 시장 친화적 개혁정책이 진행되고 있다. 추가 금리 하락으로 채권 값 상승이 예상된다”고 내다봤습니다. 현재 브라질 국채 수익률은 9%대 후반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지난해 10월 사상 처음 달러표시 채권을 발행했습니다. 유가 하락으로 산유국의 사정이 어렵지만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사우디가 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사우디 채권을 찾는 이유입니다. 원금 손실 위험이 작아 수익률은 3%대로 다른 해외 국채보다 낮은 편입니다. 현재 유안타증권과 신한금융투자증권이 사우디 10년 만기 국채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최소 판매액이 각각 5만 달러(약 5700만 원)와 20만 달러로 높은 편입니다.

인도는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여당이 대승을 거둔 뒤 화폐개혁 등 경제 구조개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연속 7%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인 데다 기준금리 인하도 예상됩니다. 인도 채권의 수익률은 6%대입니다.

○ 모르고 먹으면 탈나는 해외채권

해외채권은 이역만리 외국에 투자하는 상품인 만큼 해당 국가의 경제 상황과 환율, 세금 문제 등을 잘 살펴보고 투자해야 합니다. 해외채권 투자 수익률은 이자(표면금리) 수익과 환차익, 채권 가격 등으로 구성됩니다. 이자가 높더라도 환율이 불리하다면 투자 수익은 떨어집니다. 신흥국의 경우 환 변동성이 커 투자 시점이 중요합니다. 브라질 채권의 경우 원-헤알 환율이 350원 이하일 때 투자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해외채권에 투자해 이자 소득을 얻으면 15.4%(지방소득세 포함)의 이자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이자 소득이 다른 금융 소득과 합해 연간 2000만 원이 넘는 경우 다른 종합 소득과 합산해 별도의 소득세를 부과합니다. 다만 만기 10년 이상 장기채권에 투자할 경우 분리과세 제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브라질 채권은 양국의 조세협약에 의해 해외채권 중 유일하게 이자 소득이 비과세됩니다. 무엇보다도 채권은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자산운용사 등 국내 법인과 개인이 투자하는 해외채권의 만기, 거래단가, 금리 등은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채권정보센터(www.kofiabond.or.kr)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해외채권#금융#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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