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3개는 더 필요한 것 같다…. 처음 자격증이 3개, 4개 쌓일 때는 불안한 마음이 조금씩 줄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긴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취업준비생 송동준 씨(25·전주대 금융보험학과 4학년생)는 취업이 되는 그날까지 스펙(specification)을 높여 가야만 하는 ‘버티는 삶’에 대해, 그리고 그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며 씁쓸하게 웃었다. “이젠 정말 취준을 끝내고 싶어요….”
송 씨는 현재 9학기째 대학 생활을 하고 있다. ‘취준 터널’ 입구에는 2013년 들어섰다. 목표는 국내 주요 은행, 증권사 등 금융업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그는 닥치는 대로 스펙을 만들었다. 증권투자상담사, 파생상품투자상담사, 펀드투자상담사 등 금융 자격증 3종 세트, 생명보험대리점, 손해보험대리점, 제3보험대리점 등 보험대리점 3종 세트, 자산관리사자격증(자산관리FP), 재무설계사자격증(AFPK)…. 여기에 전북은행 인턴 경험, 3.76점인 학점(4.5 만점), 각종 영어 점수 등 그가 가진 스펙만 12가지가 넘는다.
그럼에도 송 씨는 자격증을 3개 정도 더 딸 생각이다. 지금까지 은행, 공기업 등 14곳에 영업, 경영지원 파트로 지원했으나 모두 떨어진 탓이다.
“제 노력이 아직도 부족한 것 같아 불안해요”라고 말하는 송 씨. 취준생 사이에서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스펙에 집착하는 자신들을 ‘호모 스펙타쿠스(Homo-SPECtacus)’라고 자조한다. “토익은 고고익선”이란 소리에 950점을 확보할 때까지 피가 마른다. 중국어, 일본어능력시험 등 제2외국어에 취업컨설팅, 자기소개서 첨삭, 면접교육 비용도 지불한다. 등록금을 포함해 취업에 드는 비용이 최소 3500만 원(사립대 문과 기준). ‘생각하는 인간’인 호모사피엔스가 있었다면 2017년, 대한민국 청년들은 ‘스펙을 쌓는 인간’으로 진화해야 살아남을 확률이 ‘아주 조금은’ 높아진다. 그렇기에 수많은 청년이 오늘도 ‘호모 스펙타쿠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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