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19대 대선의 주요 이슈로 자리매김하면서 박근혜 정부 핵심 정책인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혁신센터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기업과 손잡고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하지만 탄핵된 정부의 핵심 정책이고, 대기업에 압력을 행사해 재원을 마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앞날이 불투명한 상태다.
대선 후보 중 혁신센터의 운영 방식을 가장 강도 높게 비판한 인물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다. 안 후보는 현행 혁신센터의 운영 방식은 대기업이 중소 벤처기업을 착취하는 구조라고 지적하며 “대기업에 하나씩 독점권을 준 ‘국가 공인 동물원’”이라고 비유했다. 안 후보 측은 혁신센터가 대기업 주도로 이뤄지지 않도록 운영 방식을 개선할 방침이다. 전국 18곳의 혁신센터가 공통적으로 다루는 세제, 금융, 법률 등 지원 업무는 한곳으로 모으고 각 혁신센터는 현행 방식의 문제점을 극복한 ‘개방 혁신센터’로 바꾼다는 구상이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 측도 “혁신센터의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폐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스타트업 생태계 지원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혁신센터 폐지보다는 ‘구조조정’이나 단점을 손질해 활용하는 데 무게가 실린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폐지보다는 창의적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창업 지원과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스마트 혁신 지원센터로 전환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대기업이 지원에 손을 뗀다면 정부가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혁신센터에서 대기업은 한발 물러나게 하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위주로 개편을 추진키로 했다. 관료주의의 폐해를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민간 전문가들에게 창업과 벤처 업무를 맡길 계획이다.
그러나 벤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센터 통합 등 구조조정은 하더라도 투자 유치, 판로 개척 등 벤처 생태계의 내실을 키워 주는 지원은 정치적 상황에 휘둘리지 않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원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서 ‘창조경제’라는 이름으로 시행된 각종 창업 지원 정책의 성과를 따져서 성공적인 사업은 발전적으로 승계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무엇인지 후보들 간 아이디어 경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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