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만난 근로자 공두조 씨(45)는 국민연금이 정부의 채무재조정안에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들었다면서도 표정이 밝지 않았다. 이날 만난 직원 대부분은 말을 아끼며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대우조선이 갖고 있는 일감은 114척. 이날 6개의 독(Dock·선박건조대)은 한창 선박 건조 작업으로 분주했다. 배를 짓는 데 쓰는 철판을 자르는 작업장도 활기가 있었다. 박병문 대우조선 대외협력부장은 “2년 치 일감이 확보돼 있어 현장에서는 평소처럼 작업이 돌아가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잔량은 50척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소의 2차 하청업체를 의미하는 이른바 ‘물량팀’의 직원 A 씨는 “경남 통영의 조선소들이 문을 닫으면서 여기 옥포조선소로 넘어와 일을 하고 있는데 대우조선이 흔들리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나마 P플랜으로 안 가는 게 더 낫다고 들었는데 어찌 될지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 노동조합 집행부는 이날 전북 전주에 있는 국민연금을 찾아가 채무재조정안 찬성을 호소했다. 임성일 대우조선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대우조선 직원과 협력업체, 그 가족들까지 하면 20만 명의 생계가 달려 있다. 노조도 회사 정상화를 위해 온 힘을 보탤 테니 믿어 달라”고 말했다.
조선소 인근 상인들도 국민연금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거제시 아주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 씨는 “지역 경제가 조선소로 돌아가고 있는데 마지막 기회를 주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거제 인구 25만 명 중에서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근로자와 그 가족들 수가 20만 명이다. 거제는 조선업과 운명공동체다”고 말했다.
조선소에서 만난 조욱성 대우조선 부사장은 “한국 조선업계는 대형 조선 3사가 서로 긴장관계를 맺으며 세계 1위에 올라선 것이다. 대우조선이 무너지면 그 자리를 중국이 차지할 게 자명하다”며 대우조선의 회생 필요성을 주장했다.
대우조선의 운명은 다음 주에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7, 18일 서울 중구 대우조선 사옥에서 5차례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단 한 차례라도 채무재조정 안건이 부결되면 대우조선은 P플랜으로 직행하게 된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마지막까지 개인투자자들을 만나며 설득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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