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학 제조상품인 시대 끝나…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 보여줘야
직원들 창의적 아이디어가 최우선… 구글캠퍼스 같은 새 사옥 짓고 있어
“타이어가 중화학 제조업인 시대는 끝난다. 유형(有形)의 서비스업으로 발상을 바꿔야 한다. 타이어라는 상품으로 고객에게 만족감, 브랜드 가치, 그리고 감동까지 줄 수 있어야 한다.”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와 함께 국내 타이어 3강을 이루고 있는 넥센타이어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3년(2014∼2016년) 매출은 1조7587억 원, 1조8374억 원, 1조8947억 원으로 매년 늘었다. 매출은 금호타이어에 이어 3위지만 영업이익은 2015년 금호타이어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넥센타이어를 이끌고 있는 강호찬 사장(46)은 1999년 우성타이어를 인수해 지금의 넥센타이어로 키워낸 강병중 넥센타이어 창업주의 외아들이다. 타이어업계에서는 넥센타이어의 성공요인 중 하나가 바로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기업을 뚝심으로 한 단계 더 키워낸 강 사장의 역량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다. 12일 서울 서초구 넥센타이어 서울사옥에서 그가 생각하는 타이어산업의 미래에 대해 들었다.
강 사장은 “요새 화두인 4차 산업혁명 이야기를 매일 임원들과 나눈다”며 운을 뗐다. 그는 “타이어라는 제품으로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어떤 미래를 고객에게 보여줄 수 있을지가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이 ‘타이어의 미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타이어가 고객과 만나는 과정을 최대한 단축하는 일이다.
“예전에는 노래 한 곡을 들을 때 음반 가게에서 레코드판을 찾아 사와야 했다. 요즘은 mp3를 내려받는 시대를 넘어 음성인식 스피커가 알아서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찾아 자동으로 틀어준다. 타이어도 그런 서비스로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넥센타이어는 현재 서울 마곡에 새 사옥을 짓고 있다. 강 사장은 “연구원과 직원들로부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려면 공간도 그에 맞게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곡사옥이 단순한 회사 건물을 넘어 미국의 구글캠퍼스처럼 마음껏 연구하고, 지식을 습득하고, 다양한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창의적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은 최근 화두인 보호무역주의 문제와 한국과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현재 넥센타이어의 매출 중 약 75%를 수출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보호무역주의 문제는 회사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강 사장은 “보호무역주의를 뚫고 수출국에 진출하려면 결국 그 국가와 지역에 완벽히 녹아드는 ‘로컬화’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현지의 우수한 인력을 고용해 현지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은 이제 “인건비가 싼 국가를 찾아다니며 공장을 건설하는 시대는 곧 끝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공장 자동화 시스템의 발전으로 인건비 문제는 더 이상 중요한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넥센타이어는 노사 분규 없는 회사로도 유명하다. 전신인 우성타이어 시절부터 지난해까지 25년 연속 노사 무분규를 이어왔다. 강 사장은 “해외공장 건설 등 중요한 이슈에 대해 경영진이 의사결정을 할 때 사전에 노조에도 다 이야기를 하고 협의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어느 회사나 노사 문제로 고민을 안 하는 회사는 없겠지만, 우리는 특히 노사가 서로 신뢰를 쌓는 데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다른 회사는 생산량이나 작업 시간을 늘리려면 노조의 반대에 부닥치는 경우가 많은데 넥센타이어는 생산량 증대, 품질력 강화 등의 사안을 노조가 주도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부품산업으로서의 타이어산업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자동차산업은 다양한 분야가 집합되는 종합 예술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자국의 부품이 경쟁력을 키우고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한 비결도 바로 그들만의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부품산업이 버텨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을 묻자 “경제만 살려준다면!”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실제 중소중견기업들이 어떤 부분에서 정말 힘들어하는지 정부가 살피고,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을 정책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시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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