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들으면 계속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성 강한 동요 ‘핑크퐁 상어가족’으로 이름을 알린 스타트업 스마트스터디. 모바일에 특화된 유아교육 콘텐츠를 선보이며 모바일 교육시장을 개척한 스마트스터디는 설립 6년 만인 지난해 매출 175억 원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스마트폰을 무대로 ‘핑크퐁 자장가’ ‘핑크퐁 ABC파닉스’ ‘핑크퐁 스티커 색칠놀이’ 등 다양한 유아전용 앱이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유튜브에서 무려 200만 명 이상(5개 채널 총합)의 채널 구독자를 모집하며 자연스레 해외에 이름을 알리더니 올해 1월 기준 112개국 앱스토어에서 교육 부문 매출 1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DBR 222호(2017년 4월 1일자)에 실린 스마트스터디 김민석 대표와의 인터뷰를 요약해 소개한다.
―처음부터 유아를 겨냥한 콘텐츠를 기획한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 조금 더 높은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콘텐츠를 준비하다가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아는데….
“우리 사명 자체가 ‘스마트스터디’이지 않은가. 사실 처음에는 진지하게 교육에 방점을 찍고 ‘모바일 학원’을 만들어보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유치원 기관교재와 영어 교육열을 고려해 영어 동화책을 앱으로 내놓았다. 동요 앱은 그와 더불어 가볍게 출시해봤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영어 동화책이 아니라 신나는 동요 앱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다. 그래서 바로 동요와 같은 유아 콘텐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만약 우리가 스무 살, 스물다섯 살에 창업을 했다면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는지, 무엇이 성공이고 실패인지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또한 사업 전환을 이렇게 빨리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한 우물만 파다 죽든지 대박이 나든지 아마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창립 멤버 대부분이 10년 이상 회사생활을 했고, 특히 게임업종에서 시장 반응 측정에 닳고 닳은 사람들이었다. 시장 반응을 보고 거기에 맞춰 기존 계획을 수정해 제2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건 우리에겐 너무나 ‘본능적인’ 일이었다.”
―단순히 훌륭한 콘텐츠라고 해서 모바일에서도 매력적이라는 보장은 없는 것 같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모바일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많은 출판사가 기존 콘텐츠를 모바일상에 그대로 옮겨놓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큰 착각이다. 애초에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다큐멘터리상의 북극곰이 거대한 설원을 기어가는 장면을 예로 들어보자. TV로 보면 기가 막히게 감동스럽다. 심지어 북극곰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걸 모바일로 보면 북극곰이 너무 작아서 제대로 된 감흥을 느낄 수 없다. 모바일은 화면이 작기 때문에 좀 더 역동적이고 과장돼야 재미를 준다. 우리는 처음부터 모바일 콘텐츠를 새로 설계하고 제공했기 때문에 모바일에 특화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비용도 많이 투자했다. 보통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은 ‘1분짜리 동영상을 30만 원에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으면 어떻게든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두고 경쟁한다. 그러나 우리는 한 편에 500만 원 정도로 다른 업체들보다 비용을 10배 정도 더 들여 콘텐츠를 만들었다. 당연히 품질은 월등히 올라갔고, 소비자들로부터 ‘이 정도면 충분히 돈을 지불해도 좋겠다’는 인식을 끌어낼 수 있었다.” ―사실 히트 앱, 히트 동영상을 내도 ‘돈’을 못 버는 회사가 굉장히 많다. 현재 수익구조는 어떠한가.
“현재 앱에서 35%, 게임에서 30%, 유튜브에서 15%, 오프라인 상품 등 기타 분야에서 나머지 20%의 수익을 내고 있다. 지금은 콘텐츠만 매력적이면 사람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시대다. 하지만 온라인, 모바일 생태계에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려고 하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모수의 이용자 집단이 있어야 한다. 창업 전 게임업계에서 경험한 바에 따르면 무료 이용자 대비 유료 이용자의 비율이 약 3%에 불과하다. 100명을 무료로 보게 해야 겨우 3명 정도가 돈을 낸다는 뜻이다. 내수 시장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1년에 우리나라에서 태어나는 신생아가 40만 명이다. 이들 모두가 매년 1만 원짜리 앱을 구매하는 꿈같은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연 매출은 고작 40억 원이다. 대한민국은 너무 작은 시장이다. 그래서 애니메이션도 준비하고, 다양한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해보는 것이다.
―앱스토어 등 해외시장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당초 영어 버전도 한국의 영어 교육열을 고려했을 때 한국에서 팔 수 있을 것 같아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어로만 만들면 한국에서밖에 못 팔지만 영어 버전은 전 세계에서 팔 수 있었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이런 국가들에서 먼저 반응이 오고 캐나다와 호주 정도가 뒤따라왔다. 이를 경험하고 나서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국가’가 아니라 ‘언어’의 개념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됐다. 지금은 중남미를 겨냥해 스페인어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
―연중 무제한 휴가에 출퇴근 시간도 자유로운 조직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우리가 이런 자유로운 인사제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자유로운 시스템에 어울리는 사람들을, 자유 속에서 오히려 창의적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사람들을 뽑았기 때문이다. 다른 조직에서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하면 말리고 싶다. 아무 조직에나 자유가 적합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스마트스터디를 통해 어떤 비전을 이루고 싶은가.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에 충분히 투자할 수 있는 회사가 되면 좋겠다. 가령 초등학교 1학년용으로 동물에 대한 책을 시리즈로 만든다고 치자. 우리나라 출판사들은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코끼리 사진을 5000원 정도 주고 사거나 일러스트로 그려 책을 만든다. 코끼리를 직접 사진으로 촬영하는 건 엄두도 못 낸다. 그렇게 공을 들여도 책이 안 팔리고, 설령 팔려도 시장이 너무 작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 출판사들은 코끼리를 직접 촬영해 고급스러운 책을 만든다. 애초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비즈니스로 보고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어 독보적 성과를 낸다. 아이들 것이라고, 안 팔린다고 적당히 만들어서 팔고 끝내면 발전이 없다. 더 공들여, 더 비싸게 만들어, 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회사가 되고 싶다. 우리나라에도 디즈니나 픽사 같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회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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