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친분 내세워 기업간 거래?… 고객사의 문제를 해결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7일 03시 00분


해외사업 수주전략

기업 간 거래(B2B)에서 이뤄지는 수주 영업은 기업과 고객 간 거래(B2C)에서 이뤄지는 일반 영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선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B2C 시장에서는 관계 형성 자체만으로 영업이 가능한 사례가 있다. 자동차나 보험 상품 판매처럼 소위 ‘지인’들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게 대표적 예다. 특히 한국처럼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사회에서는 ‘관계 형성’이 매우 중요하며 실제 B2C 영업에서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반면 B2B 시장에선 관계가 아니라 차별화된 정보 수집과 전략 개발이 수주를 결정한다.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프로젝트일수록 고객사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솔루션 제시가 중요하다. 구체적이면서도 전문적인 기술 문제 해결을 원하는 고객사가 대부분이다 보니 싼 가격보다는 최적의 솔루션과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줄 사업자가 선정되기 때문이다.

또한 수주 영업에선 단순히 개인을 설득한다고 기대한 결과를 얻을 수도 없다. 대부분의 발주 절차에는 평가위원회가 있으며 집단적 의사결정을 통해 결정이 이뤄진다. 따라서 수주를 하려면 재무 담당자에게는 자사 솔루션 가격의 합리성을, 기술 전문가에게는 기술의 혁신성과 타당성을, 사용자에게는 편리성과 단순성을 각각 설득할 수 있는 전문적인 역량이 필요하다. 결국 수주 영업을 제대로 하려면 단순히 친분이나 안면에 의존하며 갖가지 향응 제공에 집중하는 ‘관계 형성 영업’이 아니라 고객 및 솔루션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전문가 영업(solution-based selling)’을 해야 한다.

전문가 영업의 핵심은 고객의 니즈를 발굴하고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능력, 경쟁자가 제시하지 못하는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능력이다. 전문가 영업을 제대로 하려면 첫째, 자사 솔루션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둘째,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분석해야 하고, 셋째, 고객의 니즈와 자사의 솔루션을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를 생각하면 쉽다. 의사는 환자들의 각종 질환(고객 니즈)에 대한 전문 지식과 함께 수술 능력이나 약학 지식(자사 솔루션)을 갖추고 실제 약을 처방하거나 수술하는 행위(고객 니즈와 자사 솔루션 연결)를 통해 환자의 문제를 해결한다. 전문가 영업도 이와 똑같다. 고객의 고충을 정확히 진단하고 자사의 솔루션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경쟁사보다 문제 해결을 더 잘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안타깝게도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개인적 안면과 친분을 활용한 관계 형성 영업에 치중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고부가가치 시장에 진출할 수 없다. 이젠 저가 시장에서조차 한국 기업들의 관계 형성 영업이 더 이상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실정임을 감안한다면, 하루빨리 전문가 영업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은 저가 시장을 포함한 시장 전체에 대한 경쟁력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국 기업의 고부가가치 시장 진출 시도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전문가 영업은 영업대표가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이다.

김용기 쉬플리코링아 회장 bryan@shipleywins.co.kr
#친분#dbr#경영#전략#해외사업#수주전략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